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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위에선 내가 세상의 중심” 전직 교사의 복서 전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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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위에선 내가 세상의 중심” 전직 교사의 복서 전향기

입력
2019.12.12 20:00
수정
2019.12.12 21:4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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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신붓감 1위’라는 교사를 때려 치고 아마추어 복서가 됐다. 모두 미쳤다고 뜯어말렸지만 다시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정년도, 연금도 없고 대출도 어려운 인생이 됐지만 너무 행복하단다.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는 복싱에서 뒤늦게 인생의 돌파구를 찾았다는 평범한 여성 설재인(30)씨의 복싱 ‘간증기’다. 프로 복서로의 성공처럼 극적인 인생 역전 스토리는 없지만, 세상이 바라는 행복이 아닌 나의 행복을 꿋꿋하게 지켜나가는 저자의 땀나는 열정에 빨려 든다.

우연을 가장한 운명이었다. 기간제 교사를 전전하던 저자는 5년 전 외고 수학 교사로 채용됐다. 뿌듯함도 잠시, 아이들과 함께 출구 없는 수험생 생활을 반복하다 지쳐갔다. 그 즈음 퇴근길에 우연히 들은 복싱 경기장의 ‘땡’ 소리에 이끌려 들어선 당산동 체육관에서, 저자는 마침내 ‘삶의 이유’라는 걸 만났다. 무한반복의 “원투, 원투” 스텝은 인생의 고행과도 닮아 있었다. 단숨에 내뻗는 잽과 어퍼컷, 목구멍에서 치미는 피비린내, 그 순간 살아 있다는 환희에 몸서리쳤다.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

설재인 지음

웨일북 발행ㆍ284쪽ㆍ1만4,000원

하지만 세상의 시선은 달랐다. “여자 몸에 상처 나면 큰일”, “남자 같은 종아리가 싫다” 부모님과 남자친구는 걱정을 가장한 상처를 안겼다. 주변 사람들은 “복싱이 뭐라고 스스로를 망가뜨리냐”고 다그쳤지만, 저자는 복싱이 나를 살렸다는 말로 쿨하게 한 방 먹인다.

멍투성이 몸뚱이에다 밤마다 시큰거리는 손목 덕에 밤잠을 설치면서도 저자가 복싱을 포기할 수 없는 건, ‘나의 삶’을 찾았다는 기쁨 때문이다.

좋은 학벌과 좋은 직장은 안정적 삶을 줄 수 있지만, 그 삶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글러브를 끼면 내가 중심이었다. “그저 작은 링 안에서 운동 하나 열심히 했을 뿐인데, 삶은 나를 링 밖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줬다” 훅 들어온 저자의 한마디에 다른 삶을 꿈꿔볼 용기를 얻는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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