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8명 위원 전원이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하고 있다 . 홍인기 기자 /2019-11-20(한국일보)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본사 18층 대회의실에서 11월 회의를 열고, 최근 보도된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논의했다.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인 이민규 위원장과 김혜원(민음사 편집부장) 신성현(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 수석부장) 우재욱(변호사) 이은기(연세대 사회학과) 조희정(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최광범(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방송 편집장) 황동일(여시재 기획위원) 위원, 간사인 진성훈 오피니언 에디터, 이충재 수석논설위원이 참석했다.

이민규

좋은 소식이 많다. 각종 단체의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언론 보도 관련 시상식에서 한국일보 기자들의 수상이 잇따르고 있다. 윤은정 기자가 제25회 한국편집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는 ‘2019 과학언론상’을 받았다. 이혜미ㆍ김혜영ㆍ박상준ㆍ박소영ㆍ이진희 기자와 미디어플랫폼팀(안경모ㆍ박인혜ㆍ한규민ㆍ백종호ㆍ김정영ㆍ오준식)은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와 건국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연구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가 후원하는 ‘올해의 데이터 기반 탐사보도상’을 수상했다. 이런 보도를 가능케 한 데스크의 배려와 기획력도 돋보였다. 조국 보도 쓰나미 이후 큰 뉴스가 없었지만 한국일보는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사회의 핵심을 짚는 기획기사를 많이 출품하였다.

김혜원

사회부조리 관련 기획기사가 상당히 좋았다. 기억에 남는 기사는 10월31일자 1면부터 실린 [대학가 신쪽방촌: 다닥다닥 청년주거의 그늘] 시리즈다. 한양대 대학가 부근의 불법 ‘방 쪼개기’ 실태를 기자가 발로 뛰어서 짚어냈는데 대단히 차별성이 있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시기 경향신문에도 [오! 평범한 나의 셋방]이라는 기획기사가 나왔다. 두 기사 모두 좋았지만 사회 부조리를 진지하게 짚어간 기사는 객관적으로 한국일보 기사라고 생각한다. 경향신문이 20대의 몇 년을 비좁고 힘겹게 보내고 있는 학생들의 최저주거기준이 뭔지를 얘기한다면 한국일보는 사회적으로 더 큰 얘기를 했다.

11월11일자 1면부터 시작된 [탐사 리포트: 끝나지 않은 비극, 다단계 금융사기] 기사도 돋보였다. 다단계 금융 사기는 명백한 사회악이지만 유관한 사람들 아니면 잘 모르고 다루기 어려운 주제다. 탐사보도를 통해 피해 규모와 사기 사건의 성격을 분석하는 어려운 작업을 했다. 높이 평가해야 한다. 문화면에서는 82년생 김지영 영화 관련 기사들(책과 영화, 해외에서의 성공 등), 화제의 드라마 동백꽃(향미 손담비 인터뷰 등) 관련 기사, 프로그램의 취지가 무색해진 프로듀스101 사건(투표조작, PD구속에서 다시 보기 중단까지) 등을 자세히 다룬 것들이 눈에 보였다. 한국일보에서 비중 있게 보여주었다. 아마도 이 주제들은 타 언론에서도 많이 다루었을 것 같다.

신성현 위원:

11월9일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 반환일이었다. 그리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0년이 되는 날이었다. 11월4일자 1면부터 [文정부 ‘제2 출발점’에 서다]가 11월 8일까지 매일 2면에 걸쳐 기획 기사가 나왔다. 임기 전환점을 맞아 경제, 인구, 복지 정책 중심으로 현 정부의 정책을 평가했다. 남은 임기 동안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어떤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다뤘다. 21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임기 전반기 추진되어왔던 정책에 대한 평가를 설문 조사하였으며, 조사결과를 상세하게 보여줬다. 데이터로 함께 볼 수 있어 쉽게 이해되고, 와 닿았다. 내용도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시간 단축, 재정 확대, 부동산 정책,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복지 정책 등 중요한 포인트들을 짚어 나가면서 평가를 내렸다. 충실한 기획 기사였다.

11월9일자 1면 [베를린 장벽 붕괴 30년: 마침표 찍지 못한 독일 통일]을 보고서야 베를린 장벽이 붕괴한 지 30년이 되는 날인 걸 알았다. 30년이 지났음에도 고학력 젊은 연령층의 이주로 인한 동독의 공동화 현상,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동독인들의 소외감, 동독 지역 주민 중 통일이 성공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8%에 머무르고 있는 점 등 통독 후 사회적 부작용의 단면을 보여줬다. 통일 이후 사회통합의 과제와 의미를 던져주는 기사였다.

10월17일자 8면 [진주참사 6개월-정신질환 응급현장은: ‘조현병 환자 방문상담’ 동행해보니] 등은 진주참사(4월27일)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조현병 환자 관리, 지원 및 제도를 점검하는 기사였다. 조현병 환자 대비 부족한 전문인력, 응급입원에 소극적인 경찰, 현장의 위험에 노출된 지원인력의 현황 등 조현병을 둘러싼 여러 이슈를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뷰엔] 기사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볼 때마다 재미있고, 한눈에 기사가 확 들어온다. 11월 7일자 18면 [뷰엔: 겉은 다른데, 속은 붕어빵]은 이름과 모양 정도만 차이가 있을 뿐, 지역적 특색이 없는 붕어빵 관련 기사다. 지역적 특색이 없는 붕어빵을 그림으로 보여줬다. 참 재미있었다. [뷰엔]이라는 기획과 잘 맞는 아이디어였다. 10월 31일자 15면 [뷰엔: 중국산 미니버스 개조한 김정은의 이동 지휘소]은 김정은의 이동 지휘소를 추적한 기사다. 다수의 차량 사이트 확인 및 비교를 통해 김정은의 이동 지휘소 차량이 중국의 무단 자동차임을 확인하였다. 차의 후면, 측면, 내면, 바닥을 비교하였다. 이렇게 중국의 평범한 차량을 개조해서 이용하는 이유가 미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함임을 덧붙였다. 정치적 함의까지 보여주는 기사로, 흥미롭게 읽었다.

우재욱

11월1일자 4면 [文대통령 모친상: 文대통령 측근도 돌려보낸 ‘조용한 장례’… 야권과는 소통 노력] 등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측근들의 조문은 받지 않고 야당 대표들의 조문은 군소정당까지 받았다는 내용이다. 평소 국정운영과 정치도 이런 자세와 마음으로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압도적인 이슈는 없었지만 이번 달 한국일보에 여러 번 언급된 단어, 이름이 있다. ‘82년생 김지영’이다. 기사가 꽤 많이 실렸다. 중국에서 6만5,000부 가량 판매되었으며, 일본에서 14만부 나갔다는 기사다. 주제에 비해서 너무 작게 다뤘다. 우리 소설이 한중일 모두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또 동아시아 전체에서 여성 차별이 보편적 문제임을 드러내는 의미심장한 주제다. 진행 중인 사안이지만 크게 다룰 만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향후에라도 깊이 다뤘으면 한다. 한중일 독자의 반응을 비교해도 좋을 것 같다.

일부 기사에서는 오류가 눈에 띄었다. 10월17일자 4면 [대검 감찰부장에 ‘판사 출신’ 한동수 변호사 임명]에서 ‘연수원 24기’ ‘1992년 45회 사법시험에 합격’으로 되어 있다. 1992년이면 사시 34회가 맞다. 사소한 사항이지만 세심하게 체크하면 좋겠다.

이은기

10월 23일자 18면 [2000년 신비 간직한 요르단 고대 도시, 페트라: 바위산에 꼭꼭 숨었다, 기적처럼 치솟은 장밋빛 불가사의]에는 QR코드가 있다. 기사 링크가 뜬다. 링크에 접속해서 봤다. 이 기사에만 있다. 연재 기사를 온라인으로 쭈르륵 볼 수 있다. 사진을 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QR 코드 삽입을 자주 활용했으면 좋겠다.

[대학가 신쪽방촌] 기획에 일부 아쉬운 점이 있다. <1회: ‘빈곤 비즈니스’ 성행하는 대학가> <2회: 고시촌, 쪽방촌 되다>기사와 이어진 후속 기사의 결이 다르다. 의아했다. 1회, 2회에서는 대학가 주변 청년들이 불법 쪼개기임을 알고도, 열악한 것을 알고도 그 곳에 사는 이유가 정말 그곳밖에 살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11월4일자 11면 [대학가 신쪽방촌: 살 만한 공간 만드는 실험]에서 다룬 충정로역 주변 청년 주택 건물을 공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청년세대가 몸 누일 곳만 있으면 들어간다는 생각은 금물이다]는 시각으로 접근했다. 기획의 시도는 공감이 가고 좋았지만, 현상을 보여주고 그것을 데이터로 입증하는 것에만 그쳤다는 생각이 든다. 1회, 2회와 3회가 배치된다. 너무 많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현상을 읽어내는 고민이 정교하지 못했던 것 같다.

10월24일자 15면 [뷰엔: 피하고 또 피하고… 두어 걸음마다 불법 배너… 여기 ‘보행 친화 도시’ 맞나요]는 사진이 360도로 배치가 되어 있다. 배너가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사진을 보려면 고개를 돌려야 한다. 디자인을 생각해서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진 보기가 불편했다. 사진은 위를 향하게 배치되는 게 보기 편한 것 같다.

11월 9일자 20면 [지난 30년간 삶의 질은 개선됐을까]는 숫자를 흥미롭게 시각화했다. 원래 숫자들은 서사가 없고 숫자들의 끝없는 나열은 흥미롭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이런 시각 자료들이 좋았다. 글씨 크기에 따라 빈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데이터를 다룬 기사들은 흥미롭게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스포츠 지면의 기사, 사진 배치, 색깔 사용, 인포그래픽이 스포츠 외 지면과 확연하게 구분된다. 기존 기사에도 그런 방식을 접목하면 어떨지. 스포츠 지면이 알록달록하고 보기 좋다.

조희정

10월17일자 15면 [가평군 인구목표 2035년 13만→10만으로] 기사는 인구를 늘리는 정책을 중심으로 삼는 지자체만 소개하고 있다. ‘삶의 질’ 중심의 기본계획을 세우는 지자체도 있다. 인구소멸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최근 지자체 기본계획의 새로운 경향성과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이 부분을 더 전면적이고 다각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10월 하반기에는 지자체 정책 관련 기사가 제법 있었다. [우리동네 명품행정] 기획을 잘 보고 있다. 내년에는 총선이 있다. 지자체 정책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평가가 진행되면 좋을 것 같다.

10월 17일자 16면 [뷰엔: 올가을도 악취 민원 폭주… 강제 ‘은행 털이’가 최선일까]도 좋았다. 평소에도 궁금한 부분이었는데, 잘 기획한 기사다. 사진도 적절했다. 생활 주변의 이슈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0월29일자 15면 [고졸 채용ㆍ반값 등록금… 안산시 ‘청년 베팅’]은 안산시 청년 정책을 다룬 기사다. 그런데 굳이 기사제목에 ‘베팅’이라는 단어를 써야 했는지 의아했다. 표현이 적절한가. 제목이 편향적인데 내용은 크게 이상하지 않았다. 제목이 굉장히 이상했다.

한국일보 홈페이지에서의 검색 기능이 취약하다. 날짜 제한이 디폴트로 걸려 있다. 그 기간 또한 매우 짧아 검색 결과가 더욱 빈약하게 나온다. 오늘 종이신문 기사를 다시 보려고 검색하다 지쳤다. 검색결과가 너무 엉망이다. 시스템 개선이 절실하다.

최광범

지난 한달 동안 칭찬하고 싶은 기사와 지면을 소개한다. 가장 먼저 잔잔한 감동을 준 건 11월16일자 1면, 2면 [아나운서 임희정ㆍ아버지 임동명씨 동반 인터뷰]다. 신문의 특성상 어두운 기사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밝고 감동을 주는 기사를 많이 발굴해줬으면 한다. 두 번째는 11월13일자 11면 [연천군 ‘돼지 핏물’현장 가보니] 기사다. 이 기사는 타 언론사들 보다 하루 늦게 보도됐다. 그러나 낙종을 의미 있게 반전 시킨 좋은 사례다. 기자가 현장에 달려가 더 심층 취재해 현장의 심각성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지면에 반영되는 기사는 속보보다 하루 늦더라도 수준 높은 기사여야 한다. 신문 보는 맛을 줬다.

세 번째는 지난 한 달간 돋보였던 내ㆍ외부 두 칼럼이다. 11월5일자 30면 [고재학 칼럼: 흙수저를 배려하는 입시가 ‘공정’하다]가 좋았고 11월16일자 26면 [2030 세상보기: 혁신이란 이름표 무소불위 면허인가]도 눈에 띄는 좋은 칼럼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일보에 더 힘 있는 신문이 되기 위한 제언을 하고 싶다. 신문시장이 보수ㆍ진보로 갈린 상황인데 한국일보가 중간지대에서, 상식이 통용되는 독자에게 어필하는 신문’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지면편집, 특히 정치면이 기계적 균형에서 벗어나길 주문한다. 어떤 정당이 민의에 반하거나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여당이든 야당이든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기사가 필요하다. 하루는 여당 하루는 야당을 호되게 비판하는 전략적 지면 편집이 필요하다. 단체기합은 자극이 없다. 실명 취재원을 쓰라는 주문도 하고 싶다. 11월8일자 1면 [동해 나포 北주민 2명 첫 추방… “오징어배 동료 16명 살해”]기사에 취재원을 익명으로 처리했다. 익명 취재원을 쓰면 기사의 강력한 맛이 덜해진다.

황동일 위원:

매주 토요일자 [월드 플러스] 지면에 두 개의 기획이 실린다. [조용한 영토분쟁], [세계의 분쟁지역]이다. 그 동안 눈 여겨 봤다. [조용한 영토분쟁] 시리즈를 처음부터 다시 봤다. 60회 가까이 채워가고 있다. [세계의 분쟁지역]은 2017년 3월부터 시작해서 거의 130회 정도 연재하고 있다. 모든 점에서 새로운 발견이었다. (한국 언론에서는) 보도 비중이 매우 낮은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을 다뤘다. 그 점이 매우 좋았다. 의제 또한 경제나 군사 분쟁이 아닌 소수 민족 문제, 토지 분배, 종교 갈등 등 상대적으로 덜 다뤄진 문제를 폭넓게 포용하고 있었다. 좋았다. [세계의 분쟁지역]은 다양한 필자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시각과 다양한 방식의 글쓰기를 향유할 수 있었다.

[조용한 영토분쟁]은 최근부터는 인턴기자들이 전담하고 있었다. 꼼꼼하게 사례를 발굴해 콘텐츠의 완성도도 떨어지지도 않았다. 신선했다. 격려해주고 싶다. 국제면은 가독성이 떨어지고 덜 선정적이라 독자들이 덜 본다. [조용한 영토분쟁], [세계의 분쟁지역] [무기와 표적]은 아주 훌륭한 신문활용교육(NIE) 교재다. 탐날 만큼 좋은 콘텐츠다.

이민규

지난 달은 오피니언 면을 타 언론사와 비교했다. 이번 달에는 한국일보 1면 기사를 분석했다. 타 언론사에 비해 1면 주제가 다양했다. 뉴욕타임스와 같이 1면에 국제 기사가 많은 게 돋보였다. 11월6일자 1면 [“미국이 안 보인다” 국제질서 지각변동 시작]은 사진도 참 좋았다. 한국 독자들이 국내 문제에 상당히 매몰되어 있는데 넓게 볼 필요가 있다. 10월22일자 1면 [성큼 다가온 연탄의 계절… 온기 전하러 가요]의 연탄 사진과 10월23일자 1면 [나루히토 일왕 즉위… “세계 평화 바라”]에서 일왕 즉위 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만세 하는 사진은 많은 걸 느끼게 한다.

정리=조철환 뉴스3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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