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제주도민 의견을 반영하라’는 부대의견을 달고 국회를 통과했다. 다만 부대의견을 놓고 제2공항 반대단체와 제주도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어 갈등 형국이 더 꼬이게 될 전망이다.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10일 저녁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예산 356억2,000만원이 포함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의결했다. 제2공항 예산은 기본설계비 324억원, 감리비 32억원, 공항건설 업무지원 2,000만원 등이다. 국회는 또 제2공항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국토교통부는 제주 제2공항을 추진하면서 도민 갈등 해소를 위해 도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이를 고려해 예산을 집행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이 같은 부대의견에 대해 제2공항 반대단체는 갈등해소를 위한 공론화 절차를 진행하라는 뜻으로 해석한 반면 제주도는 소음피해나 이주대책 등에 대한 주민의견을 반영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제주 제2공항 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이날 논평을 내고 “부대의견은 국회가 의결한 예산에 대해 정부가 집행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제시한 것으로 예산 집행의 조건을 의미한다”며 “이에 따라 제주도의회가 추진하는 도민공론화를 통한 제2공항 갈등해소 절차가 완료되는 시점까지는 제2공항 관련 예산 집행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상도민회의는 이어 “국토부와 제주도는 예산 부대의견에 따라 고시 중단과 예산 집행 보류를 선언하고, 지금 즉시 도의회 특위의 도민공론화 절차 진행을 위해 모든 행ㆍ재정적 지원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도는 국회의 부대의견은 원론적인 이야기이며, 강제성이 없고 예산집행의 선결조건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도는 또 부대의견 내용은 반드시 공론화 절차를 이행하라는 의미보다, 향후 제2공항 건설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피해나 이주대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주민의견을 적극 반영하라는 뜻이라고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다.
이처럼 제2공항 반대단체와 도가 부대의견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현재 도의회가 추진 중인 ‘제주 제2공항 건설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제2공항 특위)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도의회는 앞서 지난달 20일 제2공항 갈등해결을 위한 도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제2공항 반대단체들은 앞으로 도의회의 제2공항 특위 활동에 국토부와 도가 참여해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도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제2공항 특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또 공군기지 논란을 빚은 남부탐색구조부대 연구 용역사업 예산 1억5,0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공군은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에 2021~2025년 사업비 2,951억원을 투입해 제주에 남부탐색구조부대를 창설하는 계획을 반영했다. 공군은 또 남부탐색구조부대 창설 선행연구비 1억5,000만원도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 지난 9월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도내 시민사회단체는 공군이 추진하는 남부탐색구조부대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 제2공항과 연계한 사실상 공군기지라고 주장하며 강력 반발하는 등 논란이 빚어졌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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