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미국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열어 폐쇄 이후 장기간 반환이 지연돼 온 4개 미군기지를 즉시 반환받고 용산기지 반환 협의 절차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반환될 기지는 강원 원주, 인천 부평, 경기 동두천의 4곳이다. 이는 8월 말 국가안보회의에서 26개 미군기지 조기 반환 추진 계획을 발표한 직후 주한미군이 ‘반환 가능’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 기지들은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한미가 반환에 합의해 폐쇄된 지 10년 가까이 된 곳이다. 그동안 반환이 미뤄진 것은 해당 부지의 환경오염 정화 비용을 어느 쪽이 부담할 것인지를 놓고 한미 양측 간 줄다리기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은 자체 기준인 ‘건강상 알려진, 임박하고, 실질적이며 급박한 위험 (KISE)’ 원칙을 내세워 비용 부담을 회피해왔고, 정부는 SOFA 환경 규정의 대원칙인 ‘사용자 부담’ 원칙에 따라 주한미군이 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장기 미해결 상태가 야기한 개발 지연으로 인한 지자체 부담 및 오염 확산을 막으려면 기지를 우선 반환받은 뒤 정부 비용으로 정화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정부 계획대로 나중에라도 미군에 이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미 반환된 다른 기지의 정화 비용조차 되돌려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이라고 사정이 다르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군이 대규모로 주둔한 일본과 독일은 우리보다 더 구체적인 환경오염 처리 절차를 두고 있었지만 미군이 두 지역에서 부담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이처럼 동맹과 합의한 의무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방위비 분담금만 올리려 드는 미국 행태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지금이라도 SOFA 규정을 더 명확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 20년 전 처음 등장한 SOFA 환경 조항은 지금까지 수차례 바뀌었지만 여전히 오염 기준이 무엇인지, 위해성 평가 결과를 미군이 받아들일 의무가 있는지, 미군이 전적으로 치유 책임을 지는지가 불분명하다. 미군 시설이나 훈련에 따른 환경오염은 미군이 원상 복구 및 배상 의무를 진다는 원칙을 더는 논란이 없도록 분명히 명문화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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