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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리들, ‘아프간전 승산 없다’는 진실 은폐… 장밋빛 거짓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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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리들, ‘아프간전 승산 없다’는 진실 은폐… 장밋빛 거짓말만”

입력
2019.12.10 17:59
수정
2019.12.10 21:1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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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P, 기밀문서 입수해 폭로… ‘제2의 펜타곤 페이퍼’ 평가 

지난 2010년 2월 아프가니스탄 남부 바둘라 쿨프에서 미군 병사들이 탈레반의 총격에 응사하며 전진하고 있다. 바둘라 쿨프=AP 연합뉴스
지난 2010년 2월 아프가니스탄 남부 바둘라 쿨프에서 미군 병사들이 탈레반의 총격에 응사하며 전진하고 있다. 바둘라 쿨프=AP 연합뉴스

“1조달러(약 1,192조원)로 우리가 얻은 게 뭔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나. 오사마 빈라덴은 아마도 물속 무덤에서 웃고 있을 것이다.”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으로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제프리 애거스의 말이다. 2001년 이후 아프가니스탄전쟁에 미국이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비용에 상응하는 성과는 전혀 없었으며, 따라서 2011년 미군 공격으로 숨진 뒤 수장된 알카에다의 옛 지도자 빈라덴도 고소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2014년부터 미 연방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이 진행 중인 ‘교훈들(Lessons Learned)’ 프로젝트로 생산된 기밀문건에 담긴 증언이다.

미국 고위관리들이 18년간 이어지고 있는 아프간전과 관련, ‘승리할 수 없는 전쟁’임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들을 숨기면서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인 아프간전과 관련해 거짓말로 이뤄진 ‘장밋빛 미래’만 선전해 왔다는 것이다.

WP의 이번 보도는 SIGAR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맹국, 아프간 관리 등 600여명의 인터뷰를 기록한 2,000여쪽의 기밀문건을 입수해 이뤄졌다. 미국에서는 장군과 외교관 등 428명이 참여했다. 신문은 3년간의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통해 이 문서들을 확보해 △아프간전의 진실 △전략 없이 좌초 △실패로 끝난 국가 건설 △부패에 의한 탕진 △보호되지 않은 국가 △아편의 지배 등 총 6부로 구성된 탐사보도 결과물을 내놓았다.

SIGAR의 기밀문건을 보면 아프간전과 관련, 미국 관리들이 입버릇처럼 강조해 왔던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발언은 결국 ‘대중을 의도적으로 호도하는 것’이자 ‘조작된 거짓말’이라는 게 WP의 결론이다. 예컨대 밥 크롤리 육군 대령은 “모든 데이터가 가능한 한 최고의 그림을 보여 주기 위해 수정됐다”며 설문조사의 왜곡을 지적했다. 부시ㆍ오바마 행정부에서 아프간전 고문 역할을 맡았던 더글러스 루트는 “우리는 아프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었고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도 몰랐다”고 고백하면서 “미 국무부와 국방부, 의회 간 관료주의 때문에 미군 2,400명이 희생됐다”고 비판했다. SIGAR 책임자인 존 솝코조차 “미국인들이 끊임없이 속았다는 걸 이 문서들은 보여 주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번 SIGAR 기밀 문건은 ‘펜타곤(미 국방부) 페이퍼’에도 비견되고 있다. 1971년 뉴욕타임스(NYT)와 WP가 앞다퉈 폭로한 펜타곤 페이퍼는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을 정당화했던 ‘통킹만 사건’이 조작된 것이라는 내용 등을 담은 기밀문서로 베트남전 종전을 앞당겼다고 평가받는다. WP는 “아프간 문서들은 부시와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전 승전’ 약속을 어떻게 이행하지 못했는지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의 유령이 아프간을 맴돌고 있다’는 지적이 ‘제2의 펜타곤 페이퍼’를 통해 현실화한 셈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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