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은 “곧 금감원장 인사 나니까 살펴보죠”
본보, 통화 녹음파일ㆍ텔레그램 메시지 입수
문재인 정부의 ‘경찰 실세’로 통했던 윤규근 총경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재직 당시 여권 친문 인사와 가까운 신혜선(63)씨 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당 국회의원의 메신저 역할을 하며 민간은행 업무에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체적인 정황이 나왔다.
10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신씨와 윤 총경 사이의 통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윤 총경은 문 대통령 당선 석 달 뒤인 2017년 8월 중순 신씨의 서울 청담동 레스토랑 빌딩이 경매로 처분될 상황에 놓이자 신씨에게 전화로 여러 조언을 했다. 해당 빌딩은 A은행의 담보물로, 신씨가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해 언제라도 처분될 수 있는 상태였다.
윤 총경은 불안해하는 신씨에게 “일단은 (연임을 앞두고 있는 A은행) K행장의 거취가 안정화 될 때까지는 뭘 할 수가 없다. 연임하고 바로 연결시켜서 해줘야 되는 것이라고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얘기한다”고 말했다. 윤 총경은 이어 “행장의 거취가 결정된 다음에 본격적으로 얘기할 수 있다. 어느 정도 결정되면 (정 의원이) 연락을 드릴 거다”라고 전했다. 신씨는 평소 윤 총경을 ‘막내’로 지칭할 정도로 친분이 깊었던 터라, 윤 총경이 신씨와 알고 지내던 정 의원의 입장을 대신 전하며 신씨를 안심시킨 것이다.
신씨가 그럼에도 은행 측 결정으로 빌딩이 매각될 것을 계속 걱정하자, 윤 총경은 “(A은행에) 홀딩 하라고 해놨어요. 하지 말라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윤 총경의 발언을 유추해 보면 자신이 은행 측에 경매 중단을 직접 요청했거나, 정 의원 측이 취한 조치를 신씨에게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당선된 후 신씨에게 ‘당선증을 바칩니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고마움을 표시했으며, 당시 은행업무에 영향력이 미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다.
신씨는 윤 총경과 통화 전후로 여권 인사들과 막역한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 및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도 연락했다. 통화녹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신씨에게 “(양 원장을) 정말 많이 도와주시지 않았냐, 본인도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라며 양 원장이 갖고 있던 감사마음을 신씨에게 전했다. 신씨는 이후 윤 총경과 통화했고, 양 원장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윤 총경에게서 신한은행 대출사건 개요를 정리한 문구를 텔레그램으로 받았다. 윤 총경은 신씨에게 ‘신한은행 측의 채권양도 계획을 관련 수사 및 소송 종료 시까지 중단시키는 것이 긴급’이라고 적어 보냈다.
양 원장이 텔레그램에서 “이 방입니다.^^”라며 신씨를 대화방으로 초대하자, 신씨는 곧바로 양 원장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 양 원장은 그러자 텔레그램으로 “곧 금감원장 인사가 나니까 그 후에 살펴보도록 하는 게 어떨까요?”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신씨를 달랬다.
양 원장은 앞서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신한은행 대출 관련해 경찰과 금융기관에 얘기해줄 수 있냐고 하길래 야멸차게 할 수가 없어서 부탁은 하겠다고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신씨는 2009년 친문 인사와 가까운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을 연대보증인으로 해 청담동 건물을 담보로 신한은행에서 260억원을 대출받았지만, 2012년 6월 이 회장이 산업은행으로부터 1,400억원을 빌리는 과정에서 신한은행 대출 연대보증인에서 빠지자 빚을 떠안게 됐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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