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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파이터’ 폴 볼커 전 美연준의장 향년 92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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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파이터’ 폴 볼커 전 美연준의장 향년 92세로 별세

입력
2019.12.10 00:42
수정
2019.12.1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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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8일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8일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0년대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대의 호황기를 이끌었던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8일(현지시간)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지미 카터 행정부와 레이건 행정부에서 연준 의장으로 활약한 그는 1980년대 초 13%에 이르는 인플레이션을 고금리로 진화해 미국 경제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별명이 ‘인플레이션 파이터’였던 이유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은 볼커 전 의장이 이날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암 합병증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1979년부터 1987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은행들의 자기자본의 투기성 거래를 제한하는 ‘볼커 룰’을 제안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볼커 전 의장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고, 통화량을 줄이자는 전형적 ‘매파’였다. 그가 의장에 취임한 1970년대 미국은 석유 파동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였다. 곧장 인플레이션 진압에 나선 볼커는 기준금리를 연 20%까지 올리기도 했다. 초고금리 정책으로 실업률이 상승하자 반발도 일었지만, 일관된 정책 덕에 연 13%까지 올랐던 물가상승률은 볼커가 퇴임할 때엔 4% 수준까지 내려갔다.

볼커 의장은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대선 캠프에서 ‘경제 교사’ 역할을 맡아 다시 한번 주목받았으며, 이후 ERAB 위원장에 지명됐다. 2010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은 볼커 당시 ERAB 위원장의 제안이 대폭 반영된 ‘볼커 룰’을 발표한다. 금융기관 대형화에 따른 리스크 확대를 막고, 은행 업계 통제를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기 자산이나 차입금으로 주식과 채권 등 위험자산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것이 금지됐었다.

그러나 올해 연준은 ‘볼커 룰’을 완화한다는 최종 결정을 내렸고, 완화된 개정안이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지나치게 방대한 규제”라며 불만을 표해 온 미 은행권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이와 관련, 볼커 전 의장은 지난 9월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 “로비스트들 때문에 규제 당국이 결국 변화를 택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금융 시스템 위험을 증폭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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