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 주최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추모대회에서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앞줄 가운데) 씨 등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계약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잔탄 제거 작업 중 컨베이어에 끼여 숨진 지 10일로 1주기를 맞는다. 지난주 추모ㆍ결의대회를 가진 민주노총은 9일 이주노동자, 청년들과 함께 추모문화제를 열어 24세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에도 위험의 외주화와 비정규직 철폐가 요원한 현실을 규탄했다. 앞서 고인의 묘소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도 “또 다른 용균이들이 비정규직 또는 일용직으로 내몰려 위험하고 억울한 환경에 노출된 채 일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산업 현장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자 수 절반 감축을 위해 건설, 조선, 장비, 화학 분야 원청의 안전관리나 노동 당국의 감독 시스템 강화를 위한 정책이 발표됐다. 김씨 사고 이후에는 2인 1조 근무 의무화, 위험 업무 시 설비 가동 중지 등 발전소 맞춤형 지침도 만들어졌다. 이에 호응해 국회가 28년 만에 처음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로 산업 현장의 위험이 사라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화력발전소 비정규 노동자의 최근 호소를 들어보면 사고가 났던 태안화력발전소를 제외한 나머지 발전 4사의 조명, 안전 펜스 설치 등 안전 대책 강구는 시늉 수준이다. 특별조사위원회가 김씨의 사고 원인을 파악해 정부에 권고한 22개 조치 중 시행되는 것은 몇 가지에 불과하다. 노동부가 최근 사내 하청 노동자가 많은 공공ㆍ민간사업장을 불시 점검했더니 90% 가까이가 안전 조치를 위반했다.

변하지 않는 산업안전 실태는 산재 통계에 그대로 드러난다. 올들어 9월까지 산재 사망자 수는 667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소폭 줄었지만 3년 내 절반 감축은 어림도 없다. 부상자 등 전체 재해자 수는 오히려 늘었다. 법제 강화와 사용자의 각성 없이는 하루에 3명이 떨어지거나 끼이고 깔려 죽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도급 금지 범위나 원청 책임 범위가 좁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개정 산안법과 시행령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나아가 사용자에게 경각심을 안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도 적극 논의해야 한다.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