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 10건 중 7건 30인 미만 사업장… 예외 조항 등 구멍 숭숭
지난해 12월 10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24살 청년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에도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후진국형 산업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최근 5년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10명 중 7명은 30인 미만 사업장, 그 가운데 3명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김용균법ㆍ이하 산안법)이 내년 1월 16일 시행돼도 사내하청이 아닌 사외하청과 영세사업장 대다수는 여전히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산업재해 사고로 숨진 근로자 4,851명 중 34.5%(1,676명)는 5~29인 사업장, 31.5%(1,529명)는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였다. 10명 중 7명(66%)이 3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인 셈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쏠린 산재 사고 사망 비율은 2014년 63.1%에서 2018년 68.6% 등으로 소폭 오르는 등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300인 이상 사업장의 산재 사고 사망 비율은 6.5~7.4% 수준이었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 사고는 추락사(41.4%ㆍ2018년 기준)가 가장 빈번했고 끼임(10.4%), 부딪힘(8.9%), 깔림(8.3%) 사고 등의 순으로 많았다.
노동계는 소규모 사업장이 영세하다는 이유로 안전관리 체계를 갖춰야 할 의무를 면제해줘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본다. 산안법은 기업 규모와 업종을 고려해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등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는데 시행령에 따라 50인 미만 사업장은 일부 건설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적용 제외된다. 개정 산안법이 도급인의 안전ㆍ보건조치 책임장소를 사업장 전체로 확대했지만, 사외하청 노동자와 영세 사업주들은 여전히 안전조치 사각지대로 남는 문제도 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고용노동부가 20~50명 미만 사업장은 안전관리자 대신 안전보건관리담당자를 선임하라고 했지만 맡은 업무에 안전관리 일을 얹는 방식이라 현장에선 형식적인 제도에 그친다”며 “각종 예외 조항과 해석 기준으로 기업이 빠져나갈 구멍을 열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안법의 목적은 ‘사고 예방’인데 사업주나 노동자가 꼭 지켜야 할 안전 기준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가령 소규모 사업장은 추락사가 많은데 A형 사다리는 어떤 안전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개정 산안법에도 제시 되지 않았다”며 “준법 의지가 있는 기업들도 어떤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인데 안전사고가 줄겠느냐”고 반문했다. 고용부가 소규모 사업장 산재예방을 위해 △클린사업장 조성지원사업 △소규모사업장 건강진단과 작업환경측정을 지원하는 건강디딤돌사업 등을 벌이고 있지만, 대부분 민간위탁사업으로 사업주의 참여도가 낮고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창현 의원은 “영세한 사업체일수록 비용을 이유로 안전을 외면하기 쉬운 만큼 그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들이 마련돼야 한다”며 “고용부가 안전관리 강화에 필요한 지원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소규모 사업장을 위해 각 경제단체를 통해 교육자료를 배포하고 지방의 근로감독관, 안전보건공단, 민간재해예방기관 등을 통해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개정 산안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이르면 오는 12일 차관회의 안건으로 상정된 후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주 중 공포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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