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눈요깃거리 위해 근친교배… 사시 등 유전적 문제 안고 태어나 
베트남 호치민의 사이공 동식물원에 있는 백호. 흰색 털을 지닌 호랑이는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근친교배돼 태어난다. 양효진 수의사 제공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사이공 동식물원에 갔다. 프랑스는 베트남에 침입해 1864년에 이곳을 만들고, 다양한 동식물 표본을 모아 프랑스로 보내는 창구로 이용했다. 그로부터 155년이 지난 지금, 긴 역사가 동물원에 어떻게 축적돼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이 동물원은 예전 그대로 박제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은 우리 안, 시멘트 바닥 위의 천산갑과 오스톤사향고양이를 지나 이런 생각은 백호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백호 두 마리가 있었다. 바로 앞에는 놀이기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고 있었다. 백호들은 마치 모든 자극에 둔감해진 듯했다. 한 마리가 무심히 일어나 유리창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메말라 있는 연못 바닥 깨진 콘크리트 사이로 난 풀을 씹었다. 이런 환경에서 방문객들이 이 동물에게도 욕구가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설명판에는 몸무게 150~200㎏, 몸길이 2.5~3m, 멸종위기라는 등 간단한 정보가 보였다. 또 다른 그림에는 울창한 풀숲에 백호와 중남미에 사는 금강앵무를 함께 그려 놓았다. 방문객이 백호라는 동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존중할 수 없게 만드는 듯했다.

백호에 관한 진실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 동물원 백호는 인간에 의한 근친교배로 시작된 비극이다. 황색 털은 우성, 하얀 털은 열성인자다. 각각 하나씩 가지고 있다면 유전 법칙에 따라 우성인 황색 털이다. 둘 다 열성인자일 경우 흰 털로 태어난다. 문제는 백호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야생에서 만분의 일 확률로 태어나는 희귀한 하얀 호랑이를 보고 신기해 했다. 동물원에서는 백호를 많이 만들기 위해 근연관계가 가까운 백호끼리 교배시켰다. 물론 황색 호랑이끼리 교배해도 가지고 있는 유전자에 따라 백호가 나올 수 있지만, 백호가 태어날 확률이 더 적기 때문이다. 자연법칙을 거슬러 태어난 백호들은 유전적 문제를 물려받았다. 뇌의 시각 회로가 비정상이거나 사시, 또는 초점이 안 맞는 등의 눈 문제였다. 위턱이 아래턱보다 짧은 경우도 있었다.

백호에 관한 잘못된 정보도 존재한다. 백호가 멸종위기이기 때문에 번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동물원 백호의 기원은 뱅골호랑이로, 이는 호랑이 아종 중 하나다. 호랑이 자체가 멸종위기종이긴 하지만 굳이 유전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백호를 또 만들 필요는 없다. 문제가 있는 몸으로 평생 살아야 할 백호의 복지를 위해서도.

야생에서는 생존이 어려워 이미 사라졌다.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는 2011년부터 공식적으로 백호, 백사자와 같은 동물의 번식을 금지했다. 뉴욕동물원협회장인 윌리엄 콘웨이가 백호 번식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지 거의 30년이 지난 후였다. 그는 ‘백호는 변종이다. 머리가 두 개 달린 소나 백호를 보여주는 것은 동물원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최근에도 백호가 태어났다. 2015년 일본, 2017년 중국, 2019년 중국과 멕시코에서 백호가 태어났다는 뉴스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이공 동물원에서 본 백호들은 캐나다의 한 동물원에서 2009년에 수입한 쌍이 2015년에 낳은 새끼들이었다. 당시 새끼들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동물원은 이런 유혹을 피하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사이공 동물원이 교육과 보전 역할을 뒤늦게 깨달았다 할지라도, 그동안 발전한 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사이공 동물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백호를 그저 신기한 동물로만 여기고 웃음거리로 만들고 이용하는 곳이 여기뿐이랴. 백호를 여전히 눈요깃거리로 전시하는 동물원은 방문객에게 동물에 대한 ‘몰이해’를 선사한다. 단지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동물을 전시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는 더 이상 백호를 보고 환호해서는 안 된다.

글ㆍ사진 양효진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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