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준우승 신화’를 쓴 정정용(50) 감독이 서울이랜드 감독으로 취임했다. 3년 임기를 보장받은 정 감독은 “서울더비(FC서울과 지역라이벌 매치) 한 번 해 보고 떠나고 싶다”며 성적과 선수육성을 다 잡겠다고 다짐했다.
정 감독은 5일 서울 여의도동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서울이랜드 감독 취임식에서 “서울이랜드가 K리그2(2부리그)에서 2년 연속 최하위를 해 더 내려갈 곳이 없다”면서 “올라갈 곳도 많고 도전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 돼 (서울이랜드를)선택했다”고 했다.
서울이랜드는 U-20 월드컵 직후인 지난 6월부터 정 감독 영입 작업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정 감독이 이를 수락하자 다소 의외란 반응이 많았다. U-20 월드컵 이후 국내 구단들은 물론 해외구단의 러브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데다, 지난 8월 대한축구협회와 2년 재계약을 하면서 서울이랜드의 노력이 허사가 된 게 아니냔 관측이 많았다.
그럼에도 서울이랜드는 끝까지 정 감독을 설득했고, 결국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이날 취임식장에서 만난 정동우 대표이사는 “정 감독 영입을 위해 파주, 목포, 경주, 대구 등을 따라다니며 설득했다”면서 “원래 5년 계약하자고 제안을 했지만 ‘프로라면 3년 안에 결과를 내 놓아야 한다’는 정 감독 얘기에 3년까진 임기를 보장하려 한다”고 했다.
정 감독에게도 서울이랜드 감독직 수락은 모험이다. 일단 팀 성적이 완전히 바닥이다. 2015년 처음 K리그2에 참가한 서울이랜드는 1부리그 승격은커녕 K리그2에서마저 최근 두 시즌을 모두 최하위로 마쳤다. 그럼에도 정 감독은 “내 바람은 ‘서울더비’한 번 해보고 팀을 떠나는 것”이라며 임기 내 승격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그는 “임기 내 ‘투 트랙(two-track)’ 선수육성 구조를 갖출 것”이라고 했다. 저연령층 성인 선수를 키워 더 큰 규모의 팀이나 1부리그로 보내고, 각 연령대별 유스 시스템의 틀을 갖추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구단도 재창단 의지로 팀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정 대표는 “그간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매년 지도자를 교체 해왔다”고 돌아보면서 “이제 기다리면서 제대로 팀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당장 이날부터 코치진과 만나 서울이랜드에서의 여정을 시작하는 정 감독은 “앞으로 구단과 싸울 일도 많을 것”이라면서 “선수단을 위해서라면 싸울 땐 싸우고, 굽힐 땐 굽히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