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IT업체들과 손잡고 연 5% 이상의 고금리를 주는 적금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전면 시행되는 오픈뱅킹 서비스에 경쟁 은행은 물론이고 IT업체, 유통업체까지 가세하는 터라, 미리 판매채널을 다각화하고 고객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SK플래닛과 손잡고 3일 특판 상품인 ‘우리 Syrup(시럽) 제휴 적금’을 2만좌 한도로 출시했다. 각종 멤버십카드와 교통카드, 체크카드 등을 관리ㆍ보관할 수 있는 SK플래닛의 전자지갑 서비스 ‘시럽’ 앱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는 이 상품은 마케팅 동의 등의 조건으로 고객이 20만원을 6개월간 납입하면, 우리은행이 최대 연 5% 금리를 주고 시럽이 연 3% 금리에 상당하는 OK캐시백포인트를 추가 제공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외부 플랫폼업체와 제휴해 입출금 통장이나 카드 개설 사업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적금 상품을 출시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수협은행도 SK플래닛의 시럽과 제휴해 9~10월 연 5.2% 금리에 연 1.8% 상당의 OK캐쉬백포인트를 추가로 제공하는 ‘초달달 시럽 적금’을 내놔 예정된 3만좌를 모두 판매했다. KDB산업은행도 핀테크 기업 핀크와 손잡고 SKT 고객에게 최대 연 5% 금리를 제공하는 ‘KDBxT high5 적금’을 10월 말 출시해 현재까지 3만좌 이상을 개설했다.
은행들이 금리 하락 흐름을 거슬러 IT업계와 고금리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오픈뱅킹 본격 출범을 앞두고 젊은 고객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말부터 10개 은행이 시범 운영 중인 오픈뱅킹은 이달 18일부터 모든 은행과 전자금융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전면 시행된다. 이에 따라 토스, 카카오페이 등 기존 핀테크 서비스는 물론이고 쿠팡과 같은 온라인쇼핑몰까지 오픈뱅킹 참여를 신청해 은행권과 서비스 경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더구나 은행권은 내년부터 네이버의 금융 부문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도 맞붙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모바일 서비스 중 90%가 이체나 송금인데, 젊은 고객들은 은행 앱보다 간편한 플랫폼으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현실”이라며 “오픈뱅킹 확대로 이들 핀테크 업체와 무한경쟁에 나서야 하는 만큼, 파격적 금리 혜택으로 IT업체가 보유한 2030 고객을 유치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금융사업 경험이 없는 IT기업 입장에선 은행이 든든한 파트너다. 특판에 따른 고금리 제공 부담을 서로 나눠질 수 있는 점도 양측의 제휴를 활성화하는 요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서비스의 무한경쟁이 펼쳐지면서 기존 경계를 허무는 이합집산, 합종연횡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