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친구들과 이웃으로부터 외면 당한 인도네시아 5세 소녀가 동부자바주 툴룽아궁 자신의 집에서 새로운 친구들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속 아이들은 소녀와 같은 HIV 감염자들이다. 자카르타포스트 캡처

다섯 살 소녀는 그날 이후 그 많던 친구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집에 TV가 없어 종종 들러 TV를 보곤 했던 이웃집은 그날 이후 문을 닫아걸었다. 콩알만한 알약 두 개를 먹고 “죽고 싶지 않아”라고 씩씩하게 말하는 아이지만 자신을 피하는 사람들 앞에선 한없이 주눅든다. 아이 아버지 A(46)씨는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슬픈 표정으로 집에 돌아오는 아이를 울며 안아줬다”고 했다. 형편이 어렵지만 딸을 위해 할부로 12인치짜리 TV도 샀다. A씨는 묻는다. “순진한 내 딸이 왜 큰 짐을 지게 됐는가.” 2년 전 그날 아이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 반응 판정을 받았다.

4일 자카르타포스트는 동부자바주(州) 툴룽아궁(tulungagung) 지역에 사는 이제 고작 다섯 살인 HIV 감염자의 사연을 소개했다. 살기 위해 내성과 여러 부작용을 감수하고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RV)를 받고 있는 아이에겐 감염보다 무서운 게 주위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이다.

2010년 결혼한 아이의 부모도 HIV 감염자다. 부부는 딸이 태어난 후에야 자신들의 감염 사실을 알게 됐다. 몸이 약해 결혼 초기부터 투병 생활을 했던 아이의 엄마는 출산 3년 뒤인 2017년 건강이 악화해 몸무게가 28㎏까지 떨어졌다. 검사 결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ㆍ에이즈) 3기 진단을 받았다. 이어 검사를 받은 남편과 딸은 HIV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입소문을 통해 이웃들은 우리가 HIV 양성 가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직장을 잃었다. 다른 일자리도 허락되지 않았다. A씨 딸은 네 살이던 지난해 집에서 2㎞ 떨어진 유치원의 4, 5세반에 등록하려 했으나 다른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아이 엄마의 항의와 지역 에이즈치료위원회의 도움으로 5~6세반에 배정됐지만, 일부 학부모는 여전히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A씨는 낙담하지 않고 최근 벽돌 제조 사업을 시작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여전히 차별에 시달리지만 “오직 딸을 위해서” 힘을 내고 있다.

인구 100만명인 툴룽아궁 지역에서 2006년부터 올해 8월까지 HIV 진단을 받은 사람은 2,543명이다. 이 중 50명 남짓은 10세 이하 어린이다. 지역 에이즈치료위원회 관계자는 “잘못된 인식 및 오해가 낳은 편견과 싸우는 일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독한 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 1981년 최초로 알려진 뒤 ‘20세기 흑사병’이라 불렸던 에이즈는 지속적인 치료제 개발로 이제 관리 가능한 질환이 됐다. 반면 ‘감염되면 죽는다’는 공포와 함께 떠돌던 그릇된 정보들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12월 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에이즈 예방과 편견 해소를 위해 제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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