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받는 고래고기 사건… 경찰 압수한 21톤을 검찰이 업체에 돌려주며 충돌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둘러싸고 ‘청와대 하명 수사’논란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던 ‘고래고기 반환’ 사건이 재소환되고 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밑에서 ‘별동 감찰반’이 지난해 초 울산에 내려갔던 이유는 고래고기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청와대가 해명하면서다. 청와대 해명이 사실이라면 민정라인의 감찰 업무로 해당하지만, 세간의 의혹처럼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들의 수사 상황을 알아본 것이라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선거 개입으로 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래고기 반환 사건은 2016년 4월 울산 중부경찰서가 밍크고래 불법 포획사건을 수사하면서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27톤 가운데 21톤을 울산지검이 피의자인 유통업자들에게 돌려주면서 시작됐다. 이를 두고 울산경찰청이 위법성을 가리겠다며 수사에 나섰지만 도리어 검찰과 경찰의 갈등 양상으로 번지면서 수사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당시 경찰은 반환된 고래고기가 시가로 40억원에 해당한다는 점에 주목, 유통업자와 검찰의 유착을 의심했다. 더구나 고래를 돌려 받은 유통업자들이 선임한 변호사가 마침 울산지검에서 해양 관련 업무를 맡았던 전관 변호사인데다, 반환 지휘를 내린 검사는 수사가 시작된 지 약 2개월 뒤 캐나다로 해외연수를 떠난 점도 의혹을 샀다. 당시 울산경찰청에서 “검찰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자, 울산지검은 “담당 변호사의 계좌ㆍ통신영장을 모두 법원에 청구했고, 담당검사 연수는 1년 전부터 예정돼 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검찰과 경찰이 신경전을 벌이자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가 지난해 1월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 글을 올렸다. “울산검찰청 소속 검사의 고래고기 무단환부 사건에 대해 울산지검이 경찰의 수사를 방해하거나, 검찰이 진실을 밝힐 의지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면서 고래고기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달라는 읍소였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1일 목숨을 끊은 A 수사관이 울산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월11일. 사건 규명을 요구하는 청원 글이 오른 지 이틀 만이다. A수사관이 실제 고래고기 무단 반환 사건으로 인한 검ㆍ경 갈등의 속사정을 듣기 위해 울산행을 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민정수석실이 고래고기 반환 사건을 단순 부처 갈등을 넘어 공직자인 검사의 비위 문제로 적극 해석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A수사관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청와대의 해명을 명쾌하게 입증할 방법이 사라진 상황이다. 검찰은 백 전 비서관의 별동 감찰반이 울산에서 검ㆍ경간 불협화음만 살폈는지, 아니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범위한 정보 수집 및 수사 점검 등의 활동도 한 것인지 규명할 계획이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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