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필수 소재로 꼽히는 리튬이 잠재적인 환경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과학자들이 한강물과 서울 수돗물을 채취해 리튬 함유량을 분석한 결과 인구밀도가 높은 하류로 갈수록 농도가 뚜렷하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기차와 모바일 전자기기 등의 확산으로 사용이 늘고 있는 리튬을 안전하게 폐기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제안했다.

부경대와 한국과학기술지원연구원,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공동 연구진은 한강 17개 지점에서 채취한 강물과 서울시내 4개 지점에서 받은 수돗물의 리튬 농도ㆍ리튬 동위원소비를 측정해 분석한 결과를 영국 과학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3일자에 발표했다. 논문은 한강과 서울 수돗물의 리튬 농도 증가가 인위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 하천의 리튬 농도 증가를 과학적으로 확인하고 관리 필요성을 지적한 연구는 처음이다.

강물을 채취한 곳은 북한강 6곳, 남한강 7곳, 팔당댐 이하 한강 본류 4곳 등 서울과 경기, 강원 지역에 걸친 17개 지점이다. 리튬 농도는 북한강과 남한강에서 15.9~114나노몰(nM)로 측정됐다. 한강 본류에선 이보다 평균 6배 정도 높은 39.6~244nM로 나타났고, 하류로 내려갈수록 농도가 높아졌다. 상류에서 하류로 갈수록 채취 지점의 인구밀도는 높아진다. 연구진은 리튬 농도 증가가 인구밀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봤다. 세계 강물 속 리튬 평균 농도(265nM)보다는 낮지만, 현재 추세라면 리튬 사용량이 늘수록 한강의 리튬 농도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강물 속 리튬 농도는 비가 오면 희석되는 등 자연의 영향을 받는다. 이에 연구진은 동위원소비도 측정했다. 동위원소비는 리튬-6(질량이 6인 리튬)에 대한 리튬-7의 존재 비율을 뜻한다. 인위적으로 생산되는 리튬은 암석에서 풍화작용으로 빠져 나오는 자연계의 리튬보다 동위원소비가 상대적으로 작다. 북한강과 남한강 동위원소비는 25.4~39.0퍼밀(‰)로 측정됐다. 그런데 한강 본류에선 19.2~30.1‰로 측정되는 등 하류로 내려갈수록 떨어졌다. 이는 인위적인 리튬 유입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종로구 교남동, 서대문구 대신동, 강서구 방화동의 공공건물에서 각각 수돗물을 받아 리튬 농도와 동위원소비를 측정했다. 한강물과 마찬가지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갈수록 리튬 농도(40.8~103nM)는 높아지고 동위원소비(26.9~23.3‰)는 작아졌다.

리튬은 전자기기나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조울증 치료제에도 소량 들어 있다. 음식물쓰레기나 세제에서도 일부 리튬이 검출되긴 하지만, 강물로 유입된 리튬의 대부분은 폐기된 배터리나 약에서 나왔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외에 리튬에 대한 명확한 농도 기준도, 폐기 규정도 없다는 점이다. 일부 제조사나 지자체가 리튬이 들어간 제품을 회수해 재활용하기도 하지만, 상당량의 리튬은 별다른 제재 없이 폐기 또는 매립됐을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연구를 총괄한 류종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인위적으로 환경에 유입되는 리튬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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