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제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제정안 등 검찰개혁 4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에 따라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이들 5개 법안이 언제든 본회의 상정 및 표결이 가능한 상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결사 저지하겠다며 지난주 무더기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해 조성된 여야 대치 정국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에 “3일까지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하라”고 최후 통첩한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한국당이 불응한 만큼 정기국회 종료(10일) 전에 다른 야당과 공조해 새해 예산안을 우선 처리한 뒤 패스트트랙 법안도 순차 처리한다는 방침을 재천명한 것이다. 민주당이 한국당을 뺀 이른바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가동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이미 ‘D데이 구상’의 도상훈련까지 끝냈다는 얘기로 들린다.
황교안 대표가 2일 당무를 재개하며 재확인한 한국당의 입장도 변한 게 없다. 민주당이 5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보장해야 국회 정상화에 협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찰 무마ㆍ하명 수사ㆍ금융 특혜 등 문재인 정부 3대 권력형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도 거듭 요구했다. 바른미래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공수처 도입 원칙 합의 후 구체 내용 논의’ 중재안을 내놨으나 고민조차 없이 ‘닥치고 반대’를 고수했다.
국회가 5년 연속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기는 위법을 자행하면서 200건에 가까운 민생 법안을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입법 농단이자 말 그대로 탄핵감이다. 집권당의 책임이 당연히 크지만, 대안 없이 반대만 외치는 제1 야당의 구시대적 정치 행태에 다수 중도층마저 지친 상태다.
황 대표는 “국민의 명령을 받아 단식에 들어갔고 국민의 성원으로 다시 태어났다”며 변화와 개혁을 위한 읍참마속 불사를 다짐했었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당 행태는 정권을 되찾겠다는 전략과 의지는 비워둔 채 ‘만년 야당’으로 남아 집권당 실정에 따른 어부지리를 챙기겠다는 얄팍한 술수에 다름 아니다. 한국당은 언제까지 여당에 ‘야당 복’을 안겨줄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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