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민 제치고 2019년 K리그1 MVP 수상
마지막까지 극장 승부가 펼쳐진 2019년 K리그는 시상식까지 반전의 연속이었다. 아쉽게 우승을 놓친 ‘축구도사’ 김보경(30ㆍ울산)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며 드라마의 마지막 화를 뜨겁게 장식했다.
김보경은 2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19 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1 시즌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했다. 김보경은 프로축구연맹이 지난달 21일부터 1일까지 진행한 각 구단 주장(12명, 30%), 감독(12명, 30%), 미디어(101명, 40%) 투표에서 42.3%의 득표율을 기록, 2위 문선민(27ㆍ전북ㆍ24.38%), 3위 세징야(30ㆍ대구ㆍ22.80%)를 큰 표 차로 제쳤다.
보통 우승팀에서 MVP가 배출되는 관습을 깨뜨린 셈이다. 김보경 본인조차 시상식 전 “최종전 이후 MVP에 대한 욕심을 내려놨다”며 “내가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김보경이 각 부문 모두 최다표(주장5명ㆍ감독5명ㆍ미디어43명)를 받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김보경은 “올해 K리그는 정말 흥미진진했고, K리그 선수로서 뛰면서 너무나 행복했다”며 “저를 빛나게 해준 감독님과 동료들, K리그의 모든 팬들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팬들이 K리그를 사랑하고 경기장을 찾는 이유는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는 게 선수의 본분이기 때문”이라며 “울산도 준우승했다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더 도약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일본 J리그에서 컴백, 울산에 합류한 김보경은 사실상 프리롤 역할을 맡아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35경기 13골9도움으로 맹활약하며 막판까지 울산의 우승 경쟁에 힘을 보탰다. 비록 팀은 14년 만의 우승엔 실패했지만, 김보경은 올 한 해만 경기 MVP 9회, 라운드 MVP 1회, 베스트11 11회를 쓸어 담으며 가장 빛났다. 최근엔 ‘KBK Football TV’의 유튜버로서 K리그와 한국 축구를 널리 알리는 역할까지 도맡아 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득점왕은 호주의 국가대표 공격수 타가트(26ㆍ수원)에게 돌아갔다. 타가트는 수원의 올 시즌 전체 득점(46골) 중 절반에 가까운 20골을 기록하며 19골의 주니오(33ㆍ울산)를 한 골 차로 제쳤다.
MVP를 놓친 문선민은 도움왕을 거머쥐며 아쉬움을 덜었다. 8년 만의 토종선수 10-10클럽 가입자인 문선민(32경기)은 세징야(35경기)와 10도움 동률을 기록했지만 경기당 도움 수에서 앞서 타이틀을 획득했다. 감독상은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을 일군 조제 모라이스 전북 감독이 수상했다.
최고의 유망주를 꼽는 ‘영플레이어상’은 김지현(23ㆍ강원)에게 돌아갔다. 김지현은 27경기 10골1도움로 팀내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강원의 ‘병수볼’ 돌풍에 일조했다.
각 포지션 최고를 가리는 베스트11 수상자도 발표됐다. 골키퍼 부문에는 ‘거미손’ 조현우(28ㆍ대구)가, 수비수에는 이용(33ㆍ전북), 홍정호(30ㆍ전북), 김태환(30ㆍ울산), 홍철(29ㆍ수원)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중원에는 MVP 후보 4명 세징야, 김보경, 문선민, 완델손(30ㆍ포항)이 나란히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공격수 두 자리는 득점 1, 2위인 타가트와 주니오가 차지했다.
한편 K리그2 MVP는 13골7도움으로 부산의 승강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끈 이동준(22)에게 돌아갔다. 박진섭 광주 감독은 리그 우승으로 팀의 1부리그 다이렉트 승격을 이끌며 감독상을 받았다.
이번 시즌 K리그 흥행을 주도하며 ‘팬 프렌들리 클럽’에 선정된 대구는 전년 대비 경기당 평균 관중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클럽에 주어지는 ‘플러스 스타디움상’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대구는 올 시즌 10,734명의 평균 관중을 기록했는데, 지난해(3,518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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