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 스니커즈 재테크 플랫폼 ‘XXBLUE’의 오세건 대표가 판매자가 보내 온 스니커즈가 정품인지 검수를 마친 제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지드래곤(GD)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덕분에 하루 거래액이 2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오세건 XXBLUE 대표)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서울옥션블루 사무실은 수많은 운동화 박스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택배기사들이 수시로 오가며 제품을 나르는 통에 엘리베이터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보물상자처럼 따로 보관된 박스에 눈길이 갔다. 제품명 ‘에어 포스 1 파라-노이즈’.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이자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으로 꼽히는 GD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협업해 만든 스니커즈다. 지난달 23일 출시된 이 제품은 나이키 로고가 빨간색, 노란색, 흰색의 세 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이 중 818족 한정 출시된 빨간색 로고 스니커즈와 GD가 지인들을 위해 88족만 제작한 노란색 로고 스니커즈는 희귀 아이템으로 인기가 높다.

사무실을 가득 채운 ‘GD스니커즈’는 이른바 ‘스니커테크(스니커즈와 재테크의 합성어)’를 위해 판매자들이 보낸 제품이다. 2030 밀레니얼 세대는 직접 구매해 신거나 소장용으로 수집하는 등 한정판 스니커즈에 열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운동화를 유통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고, 희귀한 제품은 수백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싼 가격에 구매한 한정판 운동화를 고가에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것은 이들에게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미술품ㆍ골동품을 중개하는 서울옥션블루는 지난 9월 스니커즈 등을 재판매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엑스엑스블루(XXBLUE)’를 출범했다. 1만명이던 회원 수는 2개월 만에 10만명으로 불어났다. 지난달부터 GD스니커즈가 거래되면서 회원 수가 크게 늘었다. 정가 21만9,000원짜리 스니커즈(빨간 로고)가 450만원의 최고가에 팔렸고, 지금도 200만~3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XXBLUE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GD스니커즈(에어 포스 1 파라-노이즈)’ 제품들. 홈페이지 캡처
지드래곤(GD)과 나이키가 협업한 ‘에어 포스 1 파라-노이즈’에 GD의 친필 사인이 붙어 있다. 강은영기자

XXBLUE를 운영하는 이는 밀레니얼 세대인 오세건(31) 대표다. 서울옥션블루의 스니커즈 담당 MD였던 그는 스스로를 “스니커즈 덕후”라고 칭한다. 그 역시 지난달 11일 홍대 나이키 매장에서 한정판 운동화 구매권 추첨을 위해 3시간 이상 기다린 경험이 있다. 오 대표는“요즘 밀레니얼 세대는 좋아하는 스니커즈를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구매한 뒤 이것을 ‘리셀(재판매)’하면서 재테크를 한다”며 “일종의 놀이처럼 굳어진 문화”라고 설명했다.

실제 오 대표의 방 하나는 신발장으로 500족의 스니커즈가 진열돼 있다. 금액으로 계산하면 수억원대라고 한다. 그는 “스니커즈를 사기 위해 매장 앞에서 2박 3일 동안 텐트치고 기다린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중고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한 운동화 대신 벽돌이 담긴 상자를 배송 받는 등 사기를 당한 경험도 많다.

이 때문에 XXBLUE는 ‘전문적인 검수 서비스’를 강조한다. 판매자와 구매자 간 거래가 성사되면, 판매자는 XXBLUE에 물건을 보낸다. XXBLUE는 이게 정품인지 확인한 뒤 구매자에게 물건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오 대표는 “XXBLUE의 가입자가 10만명으로 늘어난 건 스니커즈 구매자들이 이런 시스템을 원하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재 XXBLUE의 하루 거래건수는 400건, 하루 거래액은 2억원에 달한다.

운동화 재판매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미국 ‘스톡엑스(Stock X)’는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운동화 거래 중개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중국 ‘독앱(毒APP)’은 1억달러(약 1,194억원)가 넘는 투자를 받기도 했다.

오 대표는 “고객들에게 추억의 신발을 찾게 해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미국 ‘아마존’처럼 아주 오래된 제품도 검색해 찾을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고객의 신뢰도 얻을 수 있습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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