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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석탄발전의 질서 있는 퇴장 위해… 사회적 대화 기구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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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석탄발전의 질서 있는 퇴장 위해… 사회적 대화 기구 만들자

입력
2019.12.03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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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 KEI 연구위원
이창훈 KEI 연구위원

미세먼지의 계절이 다가왔다. 재난의 시기에는 비상의 대책이 필요하다. 평시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불편하다 등 다양한 이유로 적용하지 않던 대책들을 과감하게 사용해야 한다. 마른 수건도 짜야 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늘 재난에 닥쳐서 비상의 대책만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사전에 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장기적인 관점의 대책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대부분의 미세먼지가 에너지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어 장기적인 대책은 에너지 믹스의 문제를 벗어날 수 없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부문은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12%를 배출한다. 이 가운데 석탄발전소가 93%를 배출한다. 총량으로만 따지면 41%를 차지하는 산업 부문이나 29%를 차지하는 수송 부문보다 작지만, 5만6,000개소를 넘는 산업 부문 배출시설과 2,300만대를 넘는 차량에 비해 석탄발전소는 60기에 불과해 정책의 효과는 높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천연가스와 같은 단기적인 대안도, 재생에너지와 같은 중장기적인 대안도 존재해 감축정책의 실행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60기의 석탄발전소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을 넘는다. 미세먼지에 대한 기여율 12%의 3배에 가깝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기온을 순서로 매기면 1위에서 5위까지가 모두 지난 5년이었다. 지구는 이미 산업화 이후 1.1도 더워졌고, 지금 추세라면 국제사회가 목표로 하고 있는 1.5도를 훌쩍 뛰어넘어 3도 이상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더 이상 기후변화(climate change)를 논하지 말고 기후가 위기에 처해 있음(climate crisis)을 인정하고 즉각적인 비상행동을 취하라는 요구가 국내ㆍ외를 막론하고 터져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국가가 석탄발전의 퇴출을 선언하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소수의 석탄발전기가 기후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고 그 대안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영국, 캐나다를 포함한 32개 국가가 탈석탄에 동참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고 석탄발전 비중 역시 38.4%로 높아 우리와 비슷한 독일의 탈석탄 선언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자국 내에 대규모 석탄광산이 있고 관련 일자리가 2만개가 넘어 사실 우리보다 더 어려운 처지임에도, 올해 8월 2035년 또는 2038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기후ㆍ환경 위기에 대응하고, 미래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구식 에너지원인 석탄발전의 자리를 비우는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에너지산업의 대세다. 이미 재생에너지에 대한 전 세계 투자액은 석탄과 가스발전의 세 배를 넘어선다. 과거의 유산인 석탄발전을 고집하는 시간들은 미세먼지와 기후위기를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산업의 등장을 지연시켜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당장 모든 석탄발전기를 한번에 정지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질서 있는 퇴장’을 위한 계획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우선 우리만의 탈석탄 과정을 설계하고 주도할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이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후ㆍ환경의 위기 하에 정치적 대립을 넘어 탈석탄의 대안, 시점, 비용분담 등을 논의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가는 작업이다. 특히 탈석탄으로 인한 고통은 분담돼야 한다. 석탄발전소와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탄광의 일자리 및 지역발전대책이 함께 강구될 때 탈석탄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될 수 있다.

사회적 대화와 함께 전력시장의 정상화를 통해 시장에서의 탈석탄도 시작돼야 한다. 무엇보다 미세먼지나 온실가스로 인한 피해비용을 발전원가에 제대로 포함시켜야 한다. 현재는 미세먼지 피해비용의 일부만 개별소비세의 형태로 반영돼 있다. 중장기적으로, 이 비용을 세율인상을 통해 모두 반영하고, 탄소비용도 온실가스 배출권을 100% 유상 할당해 반영하여야 한다. 이러한 시장정상화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발전 믹스를 결정하고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배출량을 결정하는 발전운영계획에서만이라도 이들 비용을 100%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에서의 에너지 전환은 이렇게 시작될 것이다.

이창훈 한국환경정책ㆍ평가연구원((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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