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29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의 조사 대상이 아니어서 그대로 이첩했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비리에 대한 첩보는 신빙성을 판단한 이후에 관계 기관에 이첩했으며, 만약 안 했다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첩보 이첩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반부패비서관실 실무진이 경찰청 이첩이 기준에 위배된다는 견해를 제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런데도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반부패비서관실에 이첩을 강하게 의뢰해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첩보 이첩의 적법성 여부가 이번 사건의 정당성을 가를 핵심 사안인 만큼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수사 개시의 바탕이 된 ‘범죄 첩보’의 생산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노 실장은 국회 답변에서 첩보의 출처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전날 백 전 비서관도 “특별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내용의 첩보가 집중된다”고만 했다. 만약 첩보 출처가 선출직 공무원 감찰이 금지된 민정비서관실이거나 경쟁 후보 쪽일 경우 ‘선거 개입용 청부 수사’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부인했지만 민정수석실에 이른바 ‘백원우 별동대’로 불린 별도의 특감반을 가동했다는 의혹은 예사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빌미로 민간인 동향 수집이나 위법한 감찰이 이뤄졌다면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비화할 소지가 크다.
경찰이 청와대에 압수수색을 비롯해 9차례나 보고를 했다는 점도 선거 개입의 의혹을 키우고 있다. 노 실장은 “압수수색 20분 전에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청와대와 백 전 비서관이 “단순 이첩일 뿐 경찰 수사엔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과도 배치된다.
노 실장은 김 전 시장 ’하명 수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해 “현재 내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정기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동시다발로 도마에 오른 것은 심각한 일이다. 자칫 ‘조국 사태’에 이어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먼저 청와대에서 소상히 진상을 밝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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