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北이 비핵화 협상 나선 건 고도성장 계기 마련 목적”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재 속의 북한경제: 밀어서 잠금해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사회주의 개혁ㆍ개방 정책 추진 경험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만큼 지금 보여주고 있는 ‘경제 올인’ 의지를 쉽게 꺾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등과 함께 집필한 저서 ‘제재 속의 북한경제, 밀어서 잠금해제’ 출간을 기념해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건설 총력 집중’ 노선을 채택한 지난해 4월 이후 김 위원장의 행보를 1970년대 말 개혁ㆍ개방 노선을 천명한 덩샤오핑과 비교했다. 이 전 장관은 “덩샤오핑이 사회주의 개혁ㆍ개방을 선언했던 1978년 12월 중국 공산당 11기 3중전회(제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 때와 김 위원장이 (기존 ‘경제ㆍ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에서 ‘사회주의 경제 건설 총력 집중 노선’으로) 국가 전략 노선을 전환한 지난해 4월이 시기적으로 큰 차이가 있지만 분위기가 유사하다”며 “1989년 천안문(톈안먼) 사태 당시 개혁ㆍ개방하니 자유주의자들이 날뛰고 나라 꼴이 엉망이 된 것 아니냐는 중국 보수 좌파와 언론들의 비판이 비등하자 은퇴한 덩샤오핑이 1991년 나와서 개혁ㆍ개방이 싫으면 나가라고 일갈했는데, 김 위원장이 이런 중국의 경험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의지가) 쉽게 꺾일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런 김 위원장의 욕망에 기반한 북한의 청사진 및 전략은 외부 자본과 기술 유치를 통한 빠른 고도 경제성장(‘단번 도약’)이라는 게 이 전 장관 분석이다. 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자기 구상의 실현을 위한 택한 방법이 △경제 집중으로의 국가 전략 노선 전환 △경쟁 고취(대중의 자발적 생산 열의) △대외 경제 관계 확대 △과학 기술 혁명 등 4가지인데, ‘선군 정치’ 종식과 경제 건설 중심의 제도 개선, 경쟁을 독려하는 방향의 개혁을 통해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내부 생존 동력은 북한이 이미 확보했다. 간담회에서 이 전 장관은 “북한의 대중(對中) 수입 가운데 비중이 큰 게 밀가루와 설탕인데 그 배경이 북한의 식량 부족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실상은 밀가루가 국산화에 따라 다양해진 식료품의 가공을 위해 (북한에) 들어간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개방이다. 이 전 장관은 “경제 올인 전략과 개혁 등으로 이미 북한이 먹고 살 만한 기반은 갖췄지만 대북 제재 탓에 개방을 통한 대외 경제의 확장이 되지 않고 있다”며 “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 발전의 강력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고강도 제재를 풀고 고도 성장의 계기점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간 국제사회가 북한의 경제 개방을 국제 협력을 통해 생존의 길을 찾는다는 중요한 신호로 보고 이를 적극 권장했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해 누적된 각종 대북 제재가 개방 정책의 추진을 가로막는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제재로 북한을 굴복시켜 비핵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접근 방식에 대한 서방의 재고가 필요하다. 북한이 개혁ㆍ개방 의지를 실천할 경우 격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재의 부작용 가능성도 이 전 장관은 지적했다. 북한의 경제 개방 의지 자체를 좌절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재가 지속될 경우 외부에서 자원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내부 자원만 갖고 자기 경제를 만들려는 경향이 북한에게 강해지고, 이는 결국 북한의 ‘자폐 경제’ 회귀로 귀결될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그는 ‘해안포를 쏘거나 금강산 시설의 일방 철거를 통보하는 등 최근 북한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행위들이 남북한 간 긴장 고조와 당국 간 관계 경색으로 이어지고 휴전선 및 북방한계선(NLL) 충돌로 터져 나와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던 과거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경로 의존성이 떨어진다”며 “자꾸 부각시키니 비슷해 보이지만 전체적인 위협 수준이 낮아진 상태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게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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