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이후 ‘실질적 사형 폐지국’…국내 생존 사형수는 60명
유영철 등 일부는 교도소서 난동 부리기도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한 안인득(42)에게 1심 법원이 27일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사흘간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 시민 배심원 9명 중 8명이 법정최고형인 사형, 1명이 무기징역 의견을 냈고, 재판부는 다수 의견을 받아들였죠.
만약 안인득의 사형이 확정된다면 국내 ‘미집행’ 사형수는 총 61명이 됩니다. 2019년 11월 현재 교정시설에 수용 중인 사형수는 56명이고, 군 교도소에도 4명의 사형수가 생존해 있어요. 다만 2016년 2월 이후 사형 확정 선고가 없는 만큼 안인득은 설령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되더라도 다른 사형수처럼 집행은 이뤄지지 않을 수 있죠. 또 1심에선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감형 없는 무기징역 형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고요.
◇97년 이후 사형집행 없었지만 11명 숨져
한국은 사형제가 존재하곤 있으나,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입니다. 2007년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했어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모두 920명의 사형이 집행됐으나,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 형 집행이 이뤄진 후로 지금까지 사형 집행은 없었습니다.
사형수들은 형이 확정됐으나 집행이 되지 않아 법적으로 ‘미결수’로 분류됩니다. 때문에 다른 미결수들과 같이 매일 면회가 가능하고, 노역(출역)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죠. 다만 법무부가 2008년 관련법 개정으로 사형수를 기결수에 준해 처우하도록 하면서 서울구치소 만이 아니라 대전, 대구, 부산, 광주의 구치소로 분산 수감된 상태죠. 본인이 원한다면 노역장에서 일도 할 수 있게 됐어요.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 사망한 사형수는 모두 11명입니다. 이 중 5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6명은 병으로 숨졌습니다. 가장 최근 숨진 사형수는 지난 7월 지병으로 사망한 이모(70)씨라고 하네요. 이씨는 아내의 내연남으로 의심한 남성을 살해, 사체를 훼손ㆍ유기한 혐의 등으로 1999년 2월 사형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유영철 등 사형수들 어떻게 지내나
사형수 중 일부는 구치소 밖으로 나올 희망이 없는 데다 어차피 ‘죽을 몸’이라고 생각해 재소자나 교도관에게 돌발 행동을 하며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달 26일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교도소에서 교도관의 팔을 부러뜨리거나 라면을 끓여오라며 난동을 부리는 등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전했어요. 유영철이 수감 중인 교도소 관계자는 “난동 행위를 해서 제지를 하려 하면 ‘사이코패스가 어떤 놈인지 보여주마’ 하고 자해한다. 직원이 들어오면 물고 침을 뱉으려고 한다. 수형자라는 지위와 신분에도 불구하고 법 위에 산다”고 전했습니다.
대부분의 사형수들은 오랜 기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으면서 종교에 의지해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거나 후회한다고도 해요. ‘사형 확정자의 생활 실태와 특성’ 연구에 참여한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사형 확정자들은 자신의 과거 사건에 대해 민망해하고 괴로워한다. 부끄러워하고 자책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형형색색] 사형수와의 인터뷰)
◇세 번째 헌법소원 앞둔 사형제… 이번에는?
사형제는 헌법재판소에서 세 번째 헌법소원 심리를 앞두고 있어요. 지난 2월 한국천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사형제도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면서죠.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헌재는 사형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진보 성향 헌법재판관 수가 6명(전체 재판관 9명)으로 늘어난 만큼 이전과는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요. 현 정부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사형제 폐지를 내건 바 있죠.
사형제 대신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2000년 이후 관련 법안이 총 6건 발의됐고, 이번 국회에도 법제사법위원회에 1건이 계류 중이죠. ‘한강 몸통 시신 살인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장대호(39)에게 이달 6일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법원은 이례적으로 “가석방 없이 피고인의 숨이 멎는 날까지 무기징역형이 철저하게 집행되는 것만이 범죄의 재발을 막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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