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으로 네 자녀 키우는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네 자녀를 홈스쿨링으로 키워낸 마동훈(왼쪽)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26일 조재우 논설위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학교를 다니는 이유가 뭘까. 대학 입학 목적이 전부일까. 원론적으로 학교는 학생들이 일상적인 시민생활뿐만 아니라 전문 직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사회규범, 가치 등을 배우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초중고교의 교육 목표는 대학을 들어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초중고교에서는 개인 재능이나 창의성을 억압하는 성적 중심의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공교육의 문제점만 두드러지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 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과중한 입시 스트레스에 짓눌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게 대안학교나 홈스쿨링(Home schoolingㆍ재택교육)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부모로부터 교육을 받는 홈스쿨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사회 이후 학교라는 제도가 일반화하면서 국가는 교육을, 부모는 양육을 책임져왔지만 홈스쿨링은 교육과 양육을 통합한 특이한 형태다. 미국의 경우 20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홈스쿨링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공식 집계는 없지만 적어도 수천명의 학생들이 홈스쿨링을 받고 있는 걸로 추산되고 그 추세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홈스쿨링은 과연 불신을 받고 있는 공교육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네 자녀를 홈스쿨링으로 교육해온 고려대 미디어학부 마동훈 교수의 도전적인 경험담을 들어봤다.

-홈스쿨링은 우리 교육 체계와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결심한 이유가 뭔가.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며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요즘은 대안학교가 많지만 2006년 당시에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대안학교를 소개하는 컨퍼런스를 아내와 자주 갔다. 거기서 홈스쿨링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미국의 목사님이자 교육자인 분이 강연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뺏기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다. 빼앗기고 나니 가정이 무너지더라는 거다.”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는지가 궁금하다.

“일단 1년만 해보자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을 데리고 서점에 가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책을 사 주는 정도로 시작했다. 큰 아이가 5학년 때부터 시작했는데, TV를 없애는 등의 몇 가지 조치를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1년이 쉽게 지났고, 자연스럽게 우리 집의 교육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큰 아이와 둘째 아이가 고등학교 과정까지 홈스쿨링을 해서 대학에 들어갔고 셋째와 넷째도 홈스쿨링으로 컸다. 지금 고1인 셋째(남자)는 조금 달랐다. 홈스쿨링을 답답해 해서 올해 초에 대안학교에 보냈다. 중3 막내도 대안학교에 갔는데 6개월을 다니더니 시간낭비가 많고, ‘바보스러운 일을 많이 해야 한다’면서 집에 있겠다고 했다. 한 명이 돌아온다고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사실 지금은 나와 아내 모두 에너지가 소진됐다. 홈스쿨링 폐교했는데…. 막내는 다시 가을부터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

-첫째, 둘째는 만족스러운 대학에 갔나.

“홈스쿨링을 하려면 먼저 ‘만족할 만한 대학에 간다’는 한국식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그걸 하려 마음 먹었으면 대치동에 터를 잡았어야 했다. 큰 아이는 수능을 안 봤다. 인천 송도의 조지 메이슨 대학 글로벌 캠퍼스에 입학해 국제학을 공부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둘째는 미술을 좋아했는데 대학에 가려고 한 달 동안 입시 미술학원에 다니다가 그만뒀다. 입시학원에서 배워보니 오히려 미술이 싫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서울여대 소프트웨어융합학과로 갔다.이른바 명문 대학 보내겠다는 생각은 진작에 포기했다. 최선을 다한 결과이기에 모두 만족스럽고 아이들도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홈스쿨링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느끼긴 했다. ‘미국의 아이비리그로 보내려는 건가?’하는…. 대단한 묘수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을 텐데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다.”

-아이들이 행복해 했다는 사실이 제일 와 닿는다.

“자유만 주려고 홈스쿨링을 한 건 아니다.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한데, 그 가치는 아이들의 품성이다. 아이들에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 번째는 경청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훈련을 시켰다. 두 번째는 배려와 포용이다. 셋째는 협력이다. 자기만을 위해 사는 건 누구나 하는 거니까 남들을 배려하면서 남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사는 연습을 시키자고 생각했다.”

-사회적 관계가 문제가 되지 않았나.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한계는 있다. 일단은 아이들 4명 간에 위계가 있고 부모, 친척과의 관계가 있다. 또 홈스쿨링 하는 가족들이 우리 집 주변으로 좀 모였는데 그 아이들과의 관계도 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해하고 포용하고 협력하는 거다. 혼자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으니 같이 하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 경청, 포용, 협력은 가훈까지는 아니지만 홈스쿨링의 품성 트레이닝을 시키는 거라고 봤다. 아빠 엄마가 큰 애를 지도해 주고 큰 애가 둘째, 둘째가 셋째, 셋째가 넷째 이런 식으로 지도했다. 꼭 교과서와 참고서로 하는 공부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홈스쿨링 실험 대상이 될 우려도 있겠다.

“그런 얘기도 들었다. 아이들 갖고 실험하지 말라고. 다른 사람들 모두가 한 방향으로만 가니까 홈스쿨링은 굉장히 위험한 방향이 되는 거다. 잘못하면 아이를 망치는 일이다. 제일 앞에 서면 위험하고 뒤에 서도 위험하니 가운데 끼어 있으면 된다. 제일 안전한 거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변화가 힘들지 않나. 새로운 실험도 힘들고.”

-의무교육을 받지 않으면 과태료 등 규제가 있다.

“현행법 위반이다. 나는 청문회 가면 안 된다.(웃음) 해프닝도 있었다. 학교에서 전화가 오면 설명을 했다. 학교가 싫어서 안 보낸다고 하진 않았고 다른 교육을 하고 싶어 집에 데리고 있다고 했다. 혹시 앵벌이 시키지 않나 우려하는 것 같더라. 확인 나온 적도 있다. 선생님께 차분히 말씀 드렸다. 나도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고 있다고 얘기하면 ‘저도 공감이 됩니다. 잘 키우시면 됩니다’고 하더라. 물론 검정고시는 봐야 한다.”

-매일 학교에 가지 않으면 나태해질 우려가 있을 것 같은데.

“규칙을 만들지 않을 수 없다.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밥 먹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와서 ‘이제 학교 들어가는 거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들도 재미있어 했다. 막내는 가방 메고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좀 힘들다. 막내 혼자만 남아 있고 중3이기도 해서 지나치게 자율적이다. 늦잠도 많이 잔다. 시간표도 짜줘야 하고, 규칙이 필요하다. 방학도 있다. 남들은 비싼 바캉스 시즌에 놀러 가지만 우리는 저렴하고 붐비지 않을 때 놀러 갈 수 있다.”

-홈스쿨링의 장단점이 뭘까.

“장점이라면 가정이라는 소중한 공동체를 놓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면 학교와 바깥 일과 친구에 몰입하게 된다. 아이들을 학교와 사교육에 맡겨놓고 좋은 대학 갔다는 것 만으로는 보상받을 수 없는 가정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를 놓치게 된다. 집은 가장 안전한 곳이고 이 집에서는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는 가치를 가르칠 수 있다. 그래서 홈스쿨링이 대안이 될 것 같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자칫 기계가 될 것 같았다.”

-단점도 있을 것 같다.

“우리 집 같은 홈스쿨링 스타일로는 최고 대학에 가는 건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강남의 사교육이 대학 입학에 필요하지만, 그 정보와 지식들이 대학 입학 이후에 얼마나 유용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대학에서는 어차피 고등학교 때의 공부 방식을 다 내려놔야 한다.”

-홈스쿨링 가정끼리 서로 모임을 만들거나 교류를 하기도 하나.

“부모가 모든 일에 전문가가 아니니 아이들 공부를 도와주기 위해 협동하는 시도는 꽤 했다. 우리 집 주변에 홈스쿨링하는 아이들이 모였는데, 그 중 국어교사였던 한 엄마가 1년간 국어를 가르쳤고, 아내는 전공인 생물을 가르쳤다. 교과서 대신 만화책 같은 쉬운 방식으로 했다. 나도 1년간 세계사를 가르쳤다. 책 읽고 공부하는 모임도 있다.”

-현행 교육제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보나.

“현행 초중고교 교육은 대학을 들어가는 것 이상의 무엇을 해주지 않는다. 모든 목표가 거기에 맞춰져 있는데 18~19세에 대학에 들어가는 경쟁을 하고, 대학에 합격하고 나면 평생을 그걸로 먹고 사는 시대는 이제 아니지 않나. 또 거기서 실패하고 나면 완전히 이 사회의 루저(패자)가 된다. 탑클라스 대학은 제한되어 있으니까. 거기 들어간 아이들은 승자가 되었다고 하지만 절대 다수의 아이들은 루저가 되는 것이 대학 입시 제도다.”

-홈스쿨링을 생각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형편껏 해야 한다. ‘부모가 잘 교육받은 사람이니 교육을 잘 해줄 수 있다. 그러니 해보라’고 하는이야기가 전혀 아니다. 부모가 모두 일하는 상황에서는 홈스쿨링 하기 힘들다. 또 홈스쿨링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과정으로 선택한 길일 뿐, 다른 길도 많다. 대신 이게 우리 가족에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되면 경험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작해 볼 수 있을 거다.”

인터뷰=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정리=변한나(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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