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중앙대 교수 “여성혐오 문화 본질적 개선” 강조
여성학자인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가수 구하라와 설리의 죽음을 두고 “연쇄살인”이라고 지적했다. 여성혐오 문화의 본질적 개선도 촉구했다.
이 교수는 27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여러 사람에게 성적 공격과 모욕을 당하고 사생활이 찍힌 영상이 돌아다니는 일을 겪었다면 어떤 사람이 아프지 않겠나”라며 “(이들의 죽음을) 우울증이라고 환원시키려 하는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일상에서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가해행위에 대한 기본적인 성찰 행위도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구하라는) 여성이자 연예인이라는 이중의 취약성을 갖고 있다”며 “피해를 입어도 (악플러에 의해) 낙인화가 되고, 판사나 형사 사법체계가 가해자에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니 결국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하라는 지난해 자신의 전 남자친구 최종범씨를 협박, 강요, 성폭력 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두 사람이 다투는 과정에서 최씨가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했다는 이유에서였다. 1심 재판부는 최씨의 상해, 재물손괴, 협박 등의 혐의는 유죄, 불법 촬영 혐의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이 피해자 동의 없이 촬영하긴 했으나, 당시 피해자가 제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 교수는 같은 비극을 예방하려면 포털사이트의 댓글 규제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여성혐오 문화를 바꾸는 본질적인 사회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여성의 몸을 찍은 불법촬영물이 남성들의 놀이문화와 오락을 위해 소비되고 그게 돈이 된다”며 “이런 문화 속에 특정 댓글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진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나. 굉장히 근시안적인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남성이 성찰을 해야 한다. 보통 여성혐오가 어디 있냐고 하는데, 남성의 일상이 여성혐오”라며 “여성에 대한 편견, 구조적 차별, 폭력이 일상에서 일어나는데 남성들 스스로 문제라고 인식하고 그만두지 않는 한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은 모두 일시적”이라고 강조했다.
25일 숨진 구하라의 발인식은 27일 새벽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구하라 측은 발인 등 모든 장례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그의 빈소에는 유족과 친지, 가까웠던 동료 연예인, 지인 등이 찾아와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