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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핀테크는 진화 중] 인니 구멍가게서 태블릿 결제, 미얀마 여성 계좌 없이 국제 송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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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핀테크는 진화 중] 인니 구멍가게서 태블릿 결제, 미얀마 여성 계좌 없이 국제 송금

입력
2019.11.26 04:40
수정
2019.11.26 08:4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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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기술을 넘어 철학으로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싱가포르 핀테크 페스티벌(SFF)에서 한 참가자가 구글의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싱가포르=이상무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싱가포르 핀테크 페스티벌(SFF)에서 한 참가자가 구글의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싱가포르=이상무 기자

“사람들을 마음에 두세요(Putting people at the heart)”

지난 13일 세계 최대 핀테크 박람회인 ‘싱가포르 핀테크 페스티벌(Singapore Fintech FestivalㆍSFF)’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헝 스위 킷 싱가포르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핀테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다. 그는 “핀테크는 거침없는 변화의 힘”이라며 “이 힘을 삶과 환경을 개선하는 데 적극 활용해 당신의 자녀가 더 나은 내일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송금하고, ‘○○페이’로 간편결제를 하고, 영업점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하면서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의 대표적 핀테크 선진국인 싱가포르에서 130개국 출신 6만명이 참여해 닷새간(11~15일) 진행된 SFF에서 만난 기업들은 이미 기술 혁신을 넘어 사회 혁신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핀테크의 진화’를 꾀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홍콩의 대표적 핀테크 기업 TNG 관계자는 기자에게 “핀테크가 가난한 사람을 조금 덜 가난하게 할 수 있을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답도 내놨다. “사람을 포용하는 기술이면 가능하다. 우리는 이런 철학을 공유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말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싱가포르 핀테크 페스티벌(SFF)의 기조연설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BitTok 제공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싱가포르 핀테크 페스티벌(SFF)의 기조연설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BitTok 제공

◇인도네시아에 깨끗한 식료품점을

인도네시아의 월렛쿠(Walletku)는 ‘포용과 연결’을 실천하는 유망 핀테크 기업 중 하나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간편결제 및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의 관심사는 현지어로 가게를 뜻하는 ‘토코’의 영업환경 개선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네 슈퍼쯤 되는 생활편의시설이지만 환경은 열악하다. 영업용 냉장고가 없는 곳이 있을 만큼 위생 상태가 나쁘고, 상품 구비나 재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도 많다.

월렛쿠는 “인도네시아 국민에게 더 나은 먹거리를 제공하려면 토코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 아래 토코의 현대화를 추진하는 ‘사하밧(sahabatㆍ친구) 월렛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점포 리모델링, 필수 품목 주문, 최신식 냉장고 구비 등 영업환경 개선에 필요한 사항을 무료 지원한다. 이어 자사가 개발한 월렛포스(walletpos) 시스템을 구축해 태블릿PC로 계산, 결제, 재고관리까지 가능하도록 해준다. 토코 개선 사업을 하면서 자사 핀테크 서비스가 통용되는 가게를 늘리는, 포용과 실리를 함께 좇는 일석이조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전략은 통했다. 현대화된 토코의 매출 증가율은 평균 300%에 달하고, 그만큼 월렛포스 서비스 이용량도 늘었다. 엘턴 펑 월렛쿠 최고경영자(CEO)는 “토코 매출이 늘고 월렛쿠 사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인도네시아 국민이 신선하고 안전한 상품을 제공 받는다”며 “우리의 핀테크는 항상 사람을 향한다”고 말했다. 웰렛쿠는 2년 안에 사하밧 월렛쿠 지점을 3,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저작권 한국일보]SFF에서 전시 중인 사바핫 월렛쿠 프로젝트 소개 게시판(왼쪽 사진)과 실제 인도네시아에서 이 프로젝트의 도움으로 현대화된 가게 모습(오른쪽 사진). 싱가포르=이상무 기자, 월렛쿠 제공
[저작권 한국일보]SFF에서 전시 중인 사바핫 월렛쿠 프로젝트 소개 게시판(왼쪽 사진)과 실제 인도네시아에서 이 프로젝트의 도움으로 현대화된 가게 모습(오른쪽 사진). 싱가포르=이상무 기자, 월렛쿠 제공

◇동남아 여성이 맘껏 돈거래 할 수 있게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튠즈(Thunes)는 국가 간 송금ㆍ결제망을 개발한 유명 핀테크 기업이다. 특히 소규모 결제 서비스 기업들은 튠즈의 망을 빌려쓰는 경우가 많다. 핀테크 생태계에서 ‘망 도매상’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튠즈는 최근 유엔과 손잡고 ‘SHIFT(Shaping Inclusive Finance Transformationsㆍ금융 사각지대 없애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아시아 후진국 여성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 지역 여성들은 은행 계좌 이용 경험이 없어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가족이 보내는 돈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의 임금도 실물화폐로만 받다 보니 떼이는 일이 부지기수다.

튠즈는 국제 송금망을 깔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후진국 여성들이 간단히 송금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구축해 금융의 기본인 계좌 거래를 익히게 할 계획이다. 스티브 비커스 튠즈 CEO는 “여성들이 자기 계좌로 독립적으로 저축하고 송금하며 어엿한 경제 주체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라고 말했다.

튠즈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유는 회사의 존재 이유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비커스 CEO는 “우리는 기존 금융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다”며 “금융서비스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회사 목표인 만큼 이번 프로그램 참여 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아시아 후진국 여성 송금 프로젝트-박구원기자/2019-11-25(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아시아 후진국 여성 송금 프로젝트-박구원기자/2019-11-25(한국일보)

◇최종 소비자에게 안전한 제품을

포용적 핀테크를 추구하는 건 대형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는 기업 컨설팅에 블록체인 및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더했다. 블록체인 기업 하이퍼레저(Hyperledger)와 만든 에어트레이스(Air Trace)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에어트레이스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제품 생산ㆍ유통 과정을 소비자가 모두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예컨대 딸기 요거트 소비자가 ‘원재료(딸기ㆍ우유) 생산 → 가공(우유 발효 및 딸기 첨가) → 상품화(플라스틱 용기 제작 및 포장) → 유통(도매 및 소매)’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과 개인의 이력을 점검할 수 있는 것이다.

PwC는 나아가 신뢰도 높은 기업 및 개인이 자유롭게 거래하며 안전한 제품을 생산하는 생태계를 형성하는 서비스에 도전했다. 딸기 요거트에 딸기를 공급하려는 기업이라면 에어트레이스를 통해 품질 기준 충족 여부를 검증 받고 거래 상대방(우유발효업자 용기제작업체 도매업체 등)에게 ‘믿을 만한 공급자’라는 지지를 얻어야 한다.

PwC 관계자는 “이미 만들어진 제품의 이력을 살피는 건 사람들에게 진정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한발 나아가 생산 단계에서 제품 안전성을 보증할 수 있는 핀테크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싱가포르=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PwC의 에어트레이스 구조도. PwC 제공
PwC의 에어트레이스 구조도. Pw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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