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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달라지지 않으면 검찰개혁 소용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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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달라지지 않으면 검찰개혁 소용 없어”

입력
2019.11.26 16:30
수정
2019.11.27 00:4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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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이유’ 낸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

법을 둘러싼 근본적 질문을 담아낸 ‘법의 이유’를 펴낸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가 18일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법을 둘러싼 근본적 질문을 담아낸 ‘법의 이유’를 펴낸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가 18일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국민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사회 정의가 무너졌을 때 마지막으로 기대는 언덕이 사법부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그러나 대한민국 사법부는 그 기대와 믿음을 저버린 지 오래다. 수년 전 발표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보고서에서 한국은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27%에 불과했다. 조사대상 42개국 중 39위로,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 칠레, 우크라이나 3개국뿐이었다. 그 이후 벌어진 블랙리스트와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은 불신의 쐐기를 박았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그래도 ‘희망’을 말한다. 사법부가 아니라 깨어 있는 시민들의 힘을 믿어서다. 최근 홍 교수가 펴낸 ‘법의 이유’는 법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담은 책이다. 용산참사를 모티브로 한 ‘소수인권’과 석궁 테러 사건을 다룬 ‘부러진 화살’ 등 영화를 창으로 한국 사법제도의 모순과 한계를 무겁지 않게 들여다본다.

지난 18일 연구실에서 만난 홍 교수는 사법부가 국민들의 높은 불신을 받는 가장 큰 이유로 ‘독립성에 대한 착각’을 꼽았다. “사법부 독립성 보장에 대해선 모두가 동의하죠. 그러나 정치권력에서 독립돼야 한다는 얘기지, 시민들로부터 동 떨어져 있으라는 말은 아니거든요. 성인지 감수성 등 달라진 사회의 인식에 둔감해지는 건 큰 문제죠.” 시민들과 소통하려는 움직임 없이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있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노력이 전무했던 건 아니다. 더뎌서 문제다. 참여정부 시절 사법부의 폐쇄성을 타파하기 위해 법조일원화, 공판중심주의로 전환 등의 사법개혁안을 모색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정치권은 검찰개혁안을 두고선 사생결단으로 싸우지만, 사법개혁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홍 교수는 “사법개혁은 당장 표가 나는 일이 아니어서 그렇다”고 진단했다. 검찰개혁의 경우 검경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내부의 시스템을 정교하게 바꿔나가야 할 사법개혁은 눈에 띨 만한 가시적 조치가 없다 보니 정치권, 언론, 시민들의 관심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점차 이슈에서 밀려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법부 개혁이 수반되지 않은 검찰 개혁은 ‘반쪽 짜리 개혁’이라고 홍 교수는 지적했다. “검찰개혁은 비대한 검찰의 권력을 쪼개고 나누고 분산시키는 게 핵심인데, 최종적인 판결을 맡고 있는 사법부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검찰개혁도 소용 없는 거 아닐까요.”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사법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진득한’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는 주문이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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