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국민 의사 비례성 살려가야”
바른미래당 권은희(오른쪽) 의원과 문병호 전 최고위원. 뉴스1

정치개혁을 위해 선거법 개정뿐만 아니라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뚜렷한 근거 없이 의석 수 20석 이상 정당(원내교섭단체)에 유리한 보조금 지급 방식을 유권자 표의 비례성을 더 살리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문제 인식에서다. 정당이 당비보다 국민 세금인 보조금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20대 국회가 막바지지만 이를 위한 관련법 개정 발의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보인다. 정당의 무분별한 보조금 사용에 제동을 걸기 위한 헌법소원도 최근 제기됐다.

“왜 교섭단체에만 유리한가”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은 분기별로 타는 보조금으로 올해 총 99억여원을 받았다. 의석(28석) 비율은 전체 의석수의 9.5%지만 국고보조금은 총 지급액의 23%를 차지했다. 반면 20대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5.7%이던 국민의당은 2018년 바른정당과 통합전 보조금 총액의 2.6%만 지급 받았다.

영남대 산학협력단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최근 제출한 국고보조금 연구자료에선 이를 두고 “국민의당은 불과 3석 부족으로 교섭단체를 못이뤄 2.6%만 받았다”며 “보조금이 실제 선거 결과와 비례하지 않게 지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상보조금과 선거를 치르는 해에 추가로 지급되는 선거보조금은 교섭단체 정당들에 총액의 50%가 우선 주어진다. 교섭단체들은 이를 의석 수나 득표율에 상관 없이 똑같이 나눠 갖는다. 5석 이상 20석 미만 정당에는 총액의 5%씩만 배분되며 의석 5석 미만 정당에는 최근 선거 득표율 등 일정 요건을 갖춰야 총액의 2%가 지급된다. 이런 기준대로 배분하고 남은 보조금의 절반은 다시 의석수 비율에 따라 각 정당에 배분하고, 그 나머지 절반은 총선 득표율에 따라 지급한다.

정치권 일각과 학계에선 교섭단체에 총액의 50%를 먼저 떼어주는 1차 잣대가 큰 정당에만 유리한 방식이라며 그 비율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섭단체 우선 배분은 1991년 12월 정치자금법에 처음 담겼고, 지급 비율은 총 지급액의 40%에서 1997년 50%로 올랐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큰 정당들의 카르텔 탓으로 불합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해 1월 “교섭단체를 기준으로 한 우선 배분은 군소정당의 재정기반을 취약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선관위는 교섭단체 50% 우선 배분 조항이 담긴 정치자금법 27조 1항 삭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유권자의 정당 지지 의사에 상응하는 비례성 보완 필요성을 들면서다. 또 잔여액 배분에서도 의석수 배분 기준을 없애고 득표율에 따른 배분ㆍ지급만 남기자며 정치자금법 27조 3항 개정도 제안한다. 이런 개정 의견에 따라 선관위가 작성한 올해 기준 정당보조금 예상 배분액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은 약 7억원이 줄고, 정의당은 9억원을 더 받는다.

[저작권 한국일보]올해 각 정당에 지급된 경상보조금 내역 / 김문중 기자/2019-11-21(한국일보)
“달콤한 마약 대신 당비 모아라”

보조금에 의존하는 정당 운영은 해묵은 문제다. 올해 선관위에 제출된 ‘2018년도 정당 회계보고’의 정당 수입내역을 보면, 자유한국당에선 총수입(828억원) 중 보조금이 33%(274억원)인 반면, 당비는 18%(149억원)로 절반 수준이다. 바른미래당에선 보조금이 총수입(386억원)의 무려 52.4%(202억원)에 달했으나, 당비는 8.6%(33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국민 세금에 빨대를 꽂아 연명하는 데 문제의식을 느끼라”며 정당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른미래당 문병호 전 최고위원과 권은희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특권과 편의주의에 젖게 하는 달콤한 마약(보조금)에 중독된 정당은 더는 정당이 아니다”며 “건전한 정당 운영을 위한 근본적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은희 의원은 정당의 보조금 의존을 줄이고 당비 확보 노력 등 정당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다음 주중 발의할 예정이다. 독일 모델을 참고해 정당 스스로 모금한 당비와 선거 득표수를 기준으로 한 보조금 지급을 골자로 한다. 선관위도 당비와 연동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개정 의견을 밝히고 있다.

정당의 보조금 용도에 사실상 제한이 없는 것을 문제 삼는 헌법소원도 제기됐다. 문 전 최고위원은 보조금 용도 제한에 관한 정치자금법 28조를 두고 “사실상 아무런 제한 없이 정당이 마음대로 쓰도록 한 규정은 국가로부터 정당의 자유와 참정권, 국민 주권 원칙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최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고 이날 밝혔다. 그는 “보조금으로 충당할 비용과 그 충당 정도에 관해 한계가 분명히 설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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