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입법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법제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대주주 부적격 조건을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도 소위를 통과해 자본 수혈 중단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던 케이뱅크가 기사회생할 길도 열리게 됐다.

국회 정무위는 이날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금소법 제정안을 심의ㆍ의결했다. 여야가 합의한 법안은 △적합성 △적정성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 권유행위 금지 △광고 규제 등 6대 판매행위 원칙을 전체 금융상품에 확대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3가지 핵심 쟁점 중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입증책임 전환’이 제한적으로 적용됐다. 전자는 금융사의 위법 행위가 중대할 때 피해자에게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고 후자는 금융 피해에 대해 금융사가 위법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도록 하는 것인데, 법안엔 금융사가 설명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한 경우 이들을 적용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금융사-소비자 간 법적 분쟁 후 비슷한 피해를 본 사람에게도 판결 효력을 인정하는 ‘집단소송제’는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금소법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2010년부터 제정 논의가 시작됐다. 2011년 최초 발의 후 지금까지 14개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9개는 시한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다시 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도 이날 정무위 소위를 통과했다. 현행 인터넷은행법은 △금융관련 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산업자본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금융관련 법령을 어긴 게 있는지 따져, 대주주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를 위한 맞춤형 법안으로 불렸다. KT는 올해 3월 케이뱅크의 지분을 34%로 늘리겠다며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으나 당국은 KT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심사를 중단했다. 이에 케이뱅크는 KT가 최대주주가 된다는 전제하에 추진한 5,900억원 유상증자에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 자기자본 부족으로 주력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KT가 케이뱅크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한편 이날 함께 정무위 소위 심사에 부쳐진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통과하지 못했다. 최근 1년간 3번이나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른바 ‘데이터 3법’ 가운데 하나인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개인의 동의 없이 익명정보와 가명정보(개인을 구별할 수 없게 처리된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게 핵심이다. 금융위는 이를 바탕으로 여러 금융사에 분산돼 있는 개인의 금융정보를 일괄 수집해서 알기 쉽게 통합ㆍ분석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해당 사업을 통해 일반 대중도 간편하게 통합 자산관리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 선택권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신용정보법 개정안도 사실상 여야가 합의는 이뤘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며 “다음주 월요일 다시 법안소위를 열어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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