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를 휩쓸고 있는 반정부 시위 물결이 이번에는 콜롬비아를 덮칠 모양새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은 대규모 시위가 예상되자 선제적으로 20일(현지시간) 자정부터 국경을 걸어 잠갔다.
AP통신에 따르면 콜롬비아 시민들은 21일 정부의 연금과 노동 개혁안, 대학 재정난 등에 항의하는 전국 규모의 반정부 파업 시위에 착수할 예정이다. 50년간 끌어왔던 내전을 종식하기 위해 2016년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맺은 평화 협상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시위의 원인 중 하나다.
최근 볼리비아와 칠레, 에콰도르 등에서 연달아 발생했던 반정부 시위의 양상이 콜롬비아에서도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얀 바셋 로사리오대 교수는 AP통신에 “(콜롬비아는) 내전 전(前) 단계에 있지 않다”고 말하면서 “정치 체제에 대한 일반적인 반감이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콜롬비아의 혼란 역시 앞서 볼리비아와 칠레 등 중남미 국가처럼 정치 체제와 이념에 대한 반대가 아닌,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것에서 기인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1일 시위를 조직하고 있는 다니엘 산체스는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며 “국가는 심각한 문제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콜롬비아 정부는 교육 기금을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시위 학생들의 대표자인 호세 카르나데스는 “칠레에서 일어난 일은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시위의 동력을 지속시킬 방안을 찾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세르히오 구스만 콜롬비아 리스크 애널리시스 연구원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정부가 우려하는 이유는 이번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과 조직들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기 때문”이라며 “노조나 학생, 원주민의 개별 시위가 아니라 그들 모두가 동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케 대통령은 일단 예정된 시위를 틀어막을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콜롬비아 정부는 주변국으로부터 시위 참여자들이 유입될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17만명을 동원, 국경 봉쇄에 착수했다. 이에 더불어 혼란 선동 혐의를 씌워 베네수엘라인 24명을 추방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리엘 아빌라 평화화해재단 부국장은 “(콜롬비아 정부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콜롬비아는 잇따른 스캔들로 곤경에 빠져 있는 상태다. 기예르모 보테로 국방장관은 반체제 인사를 대상으로 한 폭탄 테러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이달 초 사임했다. 두케 대통령도 자유롭지 않다. 두케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공개한 콜롬비아 좌파 반군을 베네수엘라가 지원하고 있다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베네수엘라가 아닌 콜롬비아에서 촬영됐다는 근거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치적 위기뿐만 아니라 경제적 상황도 녹록지 않다. 콜롬비아의 실업률은 11%에 달한다. 청년층은 더욱 심각하다. AP통신은 콜롬비아 청년층의 17.5%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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