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인력수출 시장 넓히는 베트남
인구 1억, 평균연령 31세의 베트남은 흔히 풍부한 노동력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지 진출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과거엔 그랬을지언정, 더는 아니다’라는 것으로 요약된다.지난해 베트남 남부 메콩델타 지역에서 2만명을 고용해 생산공장을 돌리려던 A업체는 현재 직원을 7,000명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다. A사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생산 설비를 갖추고도 인력 부족으로 공장을 놀리고 있다”며 “얼마나 버틸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인력 부족 사태에 대비해 규모 있는 기업들은 인건비가 저렴하고 노동력이 풍부한 오지로 4, 5년 전부터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오지조차 베트남에 진출한 각국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서면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달랏으로 유명한 럼동성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한 기업인은 “미국계 기업이 근처에 큰 대형 공장 신축에 나서면서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며 “급여 인상 등 쓸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 보지만 결국 30%가량은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과거 뗏(설) 연휴를 전후해 한시적으로 취해지던 직원 유출방지책은 이제 연중, 상시적으로 적용된다.
이 같은 분위기는 현지 진출한 외국 기업뿐 아니라 현지 기업들도 겪는다. 베트남 섬유협회(VITAS) 관계자는 “회원사들이 공통적으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20%가량 부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실업률은 지난해 기준 3.1%로, 경제 개혁개방 이후 최저 수준이다. 사실상 완전 고용이다. 일할 의지만 있으면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직률은 업종에 따라 15~25% 정도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흥수 호찌민 한인 상공인연합회(KOCHAMㆍ코참) 회장은 “요즘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베트남 기업 누구를 만나도 인력 부족 문제를 호소한다”며 “밀려드는 각국 기업 영향으로, 베트남을 더 이상 인력이 풍부한 곳으로 이야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