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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원으로서 받은 혜택 돌려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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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원으로서 받은 혜택 돌려주고 싶어요”

입력
2019.11.20 17:25
수정
2019.11.20 21:1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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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퇴직임원 모임 성우회, 다문화 가정 어린이 위해 방과후 교사로 봉사활동

19일 서울 구로구 지구촌 학교에서 삼성 퇴임 임원의 모임인 ‘성우회‘ 회원이 아이들에게 ‘국어’ 방과후 수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19일 서울 구로구 지구촌 학교에서 삼성 퇴임 임원의 모임인 ‘성우회‘ 회원이 아이들에게 ‘국어’ 방과후 수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9살짜리 미얀마 출신의 여자 어린이가 학교 교실에 들어와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 선생님과 손뼉을 부딪히는 ‘하이파이브‘를 하고 반갑게 포옹 했다. 뒤이어 올해 11살이 된 덩치가 제법 큰 남자어린이도 또렷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를 외치면서 선생님과 포옹을 했다.

지난 19일 서울 구로구 ‘지구촌 학교’의 방과후 수업의 한 장면이다. 이 학교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다니는 대안학교로 2011년 문을 열었다. 전체 학생은 100여명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 과정을 배우고 있다.

이 학교는 다양한 방과후 수업과 특이한 이력을 가진 할아버지 선생님들로도 유명하다. 방과후 수업에서는 컴퓨터, 영어, 바둑, 서예, 예절, 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과목을 배울 수 있다. 특히 이 과목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은 삼성 퇴임 임원들의 모임인 ‘성우회’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성우회 회원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쌓은 경험과 연륜,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로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사회봉사활동을 4년째 진행하고 있다.

이날 모든 어린이들과 손뼉 인사를 한 국어 선생님 정재영(사진)씨는 삼성생명에서 임원을 지내고 2000년대 중반 퇴직했다.

정씨는 “삼성에서 임원을 지냈다는 것은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는 의미”라며 “내가 받은 혜택을 조금이나마 사회로 돌려주기 위해 퇴직 후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캘리그라피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윤희로 전 삼성엔지니어링 상무도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에 된다고 생각해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아이들을 만나러 학교에 나오는 시간이 기다려 질 정도”라고 말했다.

1994년 설립돼 현재 1,6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성우회는 다문화 청소년 대상 봉사 활동에 더 많은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삼성 관계사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하고,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사회공헌 비전 ‘함께가요 미래로! 인에이블링 피플(Enabling People)’을 발표하고 청소년 교육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의 지원 없이 퇴직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사회 봉사활동에 나서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며 “삼성의 사회공헌 비전 실현을 위해 현직 임직원도 사회공헌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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