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인 “어린이 안전은 국가 의무, 조속한 국회 통과” 촉구
일명 민식이법 통과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가 9일 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이 20만명을 넘어섰다. 이 법안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지난 11일 ‘어린이들의 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촉구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청원에는 20일 오후 3시 기준으로 21만 7,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 마감은 다음달 11일까지다.
청원인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여 숨진 민식군 아버지 김태양씨다. 김씨는 청원글에서 ‘민식이법’을 비롯한 ‘해인이법’, ‘한음이법’, ‘태호ㆍ유찬이법’ 등 아이들 이름을 딴 여러 법안들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전했다. 해인이법은 어린이 안전사고에 대한 응급조치 의무화를, 한음이법은 어린이 통학차량 내 CCTV 설치 의무화, ‘태호ㆍ유찬이법’은 어린이 통학차량을 축구 클럽 같은 체육시설까지 확대하고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김씨는 “준비되지 않았던 예기치 못한 이별에 저희 피해 부모들은 아이들 이름 앞에 눈물로 호소한다”며 “아이를 더 낳는 세상이 아니라 있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의 안전, 특히 어린이들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의무이며 정치권의 의무이자 어른들의 의무”라며 “최소한 아이들 안전이 보장될 수 있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 미래가 부모님들이 지어 주시는 그 이름처럼 반짝반짝 빛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일하는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어 달라”며 “문재인 대통령님, 국회의원님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 모두가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씨와 부인 박초희씨는 지난 19일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박씨는 “아이들 이름으로 법안을 만들었지만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되지 못해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님은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공약하셨다. 2019년에는 꼭 이런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약속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회와 협의해서 빠르게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며 “민식이 같은 경우 스쿨존 횡단보도, 그것도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가게 바로 앞에서 사고가 났기에 더더욱 가슴이 무너지셨을 것 같은데 스쿨존 전체에 아이들 안전이 훨씬 더 보호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민식이법은 지난 9월 11일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군이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추진된 법안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3일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정기국회 종료가 다음달 10일로 다가오면서 민식이법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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