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형 유통업체 갑질 관련 사상 최고액 부과
돼지고기 할인행사를 진행하면서 발생한 비용을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떠넘긴 롯데쇼핑 마트부문(롯데마트)이 4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대형 유통업체의 갑질에 대한 과징금으로는 최대 규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마트의 판촉비용 전가 등 5개 불공정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11억8,5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2016년 홈플러스에 부과된 기존 유통업체 과징금 최고액(220억원)의 2배 수준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2012년 7월~2015년 9월 ‘삼겹살 데이’ 등 92건의 돈육 판촉행사를 진행하면서 서면 약정 없이 납품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납품업체에 비용을 떠넘겼다. 평소 납품업체가 고기를 1만5,000원에 납품했다면 10% 할인 행사 땐 1,500원 할인된 1만3,500원에 납품하도록 한 것이다. 관련법(대규모유통업법)은 사전에 서면으로 판촉비용 분담을 약정하지 않았다면 납품업자에게 비용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2012년 9월~2015년 4월 인천 계양, 전주 남원, 경기 판교 등 12개 점포의 개점 기념행사에서 돼지고기 납품업체에 서면 약정 없이 할인 비용을 떠넘겼다는 판정도 받았다.
롯데마트는 2012년 6월~2015년 11월 필수 기재항목이 누락된 파견요청 공문을 발송해 돼지고기 납품업체 종업원 2,782명을 파견 받았다. 이런 과정은 유통업체가 예상이익, 비용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요청 서면을 보내고 납품업체가 자발적으로 응해야 가능하다. 파견 직원 일부는 본연의 업무인 상품 판매ㆍ관리 외에 세절(고기 자르는 작업), 포장까지 맡았고 이들의 인건비는 모두 납품업체가 부담했다.
롯데마트는 또 2013년 4월~2015년 6월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개발하면서 컨설팅업체에 지급해야 할 자문수수료를 납품업체들이 대신 내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밖에도 롯데마트가 세절된 고기를 납품하도록 하면서 업체에 세절 비용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2013년 8월~2015년 6월), 가격 할인 행사가 끝난 뒤에도 낮은 단가로 고기를 납품할 것을 요구한 혐의(2012년 7월~2015년 3월)에 대해서도 사실로 판단했다. 고병희 유통정책관은 “국내 소비자 시장에서 우위에 있는 대형마트가 경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납품업체에게 전가한 행위를 바로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롯데마트가 납품된 물품을 물류센터에 보관하다가 매장에 들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후행물류비’를 납품업체에 떠넘긴 혐의에 대해선 제재 없이 심사절차 종료를 결정했다. 다만 공정위는 조만간 유통업체 물류 관행 전반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은 이번 심의 결과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회사 측은 “유통업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심의 결과로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해를 입었다”며 “명확한 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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