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왼쪽) 9단과 중국의 커제 9단이 지난 3월 5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3ㆍ1운동 100주년 기념 블러드랜드배’ 특별대국에 앞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코리아타임스 제공

‘바둑 스타’ 이세돌(36) 9단이 은퇴를 선언했다.

이세돌은 19일 서울 한국기원을 방문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지난 1995년 7월 제71회 입단대회에서 프로에 입문한 이후 24년 4개월간의 현역 기사 생활을 마감했다. 2000년 12월 천원전과 배달왕기전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이세돌은 3단 시절인 2002년 15회 후지쓰배 결승에서 유창혁 9단을 반집으로 꺾고 우승하면서 세계대회 최저단 우승 기록을 작성했다. 2003년 입신(9단의 별칭)에 등극하며 전성기를 열면서 18차례 세계대회와 32차례 국내대회 등 총 50차례의 우승을 차지하며 98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 밖에도 2000년 한국기원 최다승(76승), 통산 8차례의 MVP, 4번의 다승왕과 연승왕, 3번의 승률왕 등 화려한 발자취를 남기고 퇴장했다. 대중적 인지도를 올린 건 알파고 덕분이다. 그는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결해 1승 4패를 기록하면서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인류 유일의 기사가 됐다.

반상 박에선 바둑계의 ‘이단아’로 불려왔다. 그는 승단대회가 실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며 16세이던 1999년 승단대회를 통해 3단으로 승단한 이후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2000년에는 3단에 머문 상태로 32연승을 달리면서 당해 최다승ㆍ최다연승을 달렸다. 결국 한국기원은 2003년 1월 일반기전을 승단대회로 대체하고 주요대회 우승 시 승단을 시켜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2009년 5월엔 프로기사회가 한국바둑리그 불참을 선언한 자신에게 징계 의사를 비추자 한국기원에 휴직계를 제출해 논란을 일으켰다. 3년 전에는 한국프로기사회의 운영에 불만을 표출하며 형인 이상훈 9단과 함께 전격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세돌 형제는 프로기사회가 탈퇴 회원이 한국기원 주최ㆍ주관 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고, 회원의 대국 수입에서 3∼15%를 일률적으로 공제해 적립금을 모으는 정관이 독소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저간의 행보와 올 초 발언으로 은퇴는 예견됐다. 그는 지난 3월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3ㆍ1 운동 100주년 기념 블러드랜드배 특별대국'에서 중국의 커제(22) 9단에 패한 뒤 “여섯 살에 바둑을 시작하고 1995년 프로에 입단했다. 시간이 꽤 됐다"며 "아마 올해가 마지막인 것 같다"면서 "휴직을 하더라도 승부사로 다시 돌아오기는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세돌은 “(커제를 가리키며) 이런 좋은 후배 기사들에게 앞으로 이기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지치기도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기원이 7월 '기사회 소속 기사만이 한국기원 주최ㆍ주관ㆍ협력ㆍ후원 기전에 출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정관을 의결하면서 이세돌은 대회 참가 기회마저 잃었고 은퇴 수순을 밟았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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