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색 펜 등으로 마구 낙서 
Figure 119일 서울 세종대 군자관 앞 게시판의 홍콩시위 지지 대자보에 중국인 유학생으로 추정되는 학생이 낙서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최근 대학가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대자보를 잇따라 훼손하는 가운데 세종대에서도 대자보에 낙서를 하고 ‘인증샷’을 찍는 일이 벌어졌다.

19일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군자관 앞 게시판에 중국인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나타나 대자보를 훼손했다. 이들은 펜으로 대자보 위에 ‘차이나 넘버원(China No.1)’ ‘한국사람 상관이 없다’ ‘해방군 있다’ 등의 문구를 적은 뒤 사진을 찍었다.

훼손된 대자보에는 ‘한 장이 떨어지면 열 명이 함께 할 것입니다’란 제목 아래 중국인 유학생들의 대자보 훼손을 비판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대자보를 게시한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소속 최연우(19ㆍ세종대 경제통상학과)군은 “오전 10시쯤 대자보를 붙였는데 낮 12시 30분쯤 중국인 학생 세 명이 몰려와 대자보를 훼손하는 걸 보고 영상으로 촬영했다. 대자보 옆에 ‘의견이 있으면 우리 대자보를 훼손 말고 옆에 당신들 대자보를 붙이라’고 메모까지 적어 뒀는데 훼손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세종대 지능기전공학부 1학년 학생은 “오후 1시 15분쯤 군자관 앞 게시판에 중국인 학생 두 명이 다가가더니 한 명은 빨간 펜으로 대자보를 훼손한 뒤 포즈를 취했고 나머지 한 명이 사진을 찍었다”고 전했다.

19일 세종대 군자관 앞에 게시된 홍콩시위 지지 대자보에 중국인 유학생이 한 것으로 보이는 낙서가 남아있다. 최은서 기자

최군은 “정치적 의견을 공유하는 게 학내 대자보이고 이견이 있다면 대자보를 붙여 표현하면 될 일인데 훼손을 하는 중국 학생들의 대응이 굉장히 안타깝다”면서 “학생처에서도 ‘정치적 충돌 가능성이 있는 대자보 붙이는 걸 지양하자’는 취지로 소극적인 대응만 한다”고 비판했다.

세종대에서는 전날 애지헌 앞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도 사라졌다. 그러자 일부 학생들은 아예 책상을 갖다 놓고 앉아서 대자보를 지키고 있다. 김동윤(23)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대표는 “일반 학생들의 연대 메시지까지 함께 게시되는 이곳만큼은 훼손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날씨가 추워도 상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대 학생들이 19일 교내 애지헌 앞 게시판의 홍콩시위 지지 대자보와 응원 메모들을 지키기 위해 책상을 가져다 놓고 앉아 있다. 최은서 기자

홍콩시위 지지 대자보를 훼손하는 중국인 학생들은 전국 대학가 곳곳에서 한국 학생들과 충돌하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해 고려대, 한양대 등에서 대자보 훼손이 발생했고 연세대에서는 지지 현수막이 사라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 15일 중국인 유학생들의 대학가 홍콩시위 지지 대자보 훼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한국 민중이 이해하고 지지하기를 희망한다”며 옹호 입장을 드러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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