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단체 교섭권 보장ㆍ협력이익공유제 등 제시
공정위, 시정안 받아들여 제재 대신 동의의결 절차 개시
대리점에 줘야 할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낮춰 또 한번 갑질 논란에 휩싸인 남양유업이 대리점들과의 이익 공유 등을 골자로 한 자진 시정 방안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를 받아들여 제재 대신 자구안 시행 여부를 지켜보기로 했다.
공정위는 지난 13일 전원회의에서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남양유업이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가 조사 대상 기업이 제시한 시정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이후 공정위는 해당 기업과 협의해 구체적 시정안(동의의결안)을 마련한 뒤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전원회의에 상정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2016년 1월 농협 하나로마트에 납품하는 대리점 225곳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충분한 협의 없이 판매액 대비 15%에서 13%로 인하했다. 앞서 남양유업은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사태로 2013년 공정위로부터 과징금과 검찰 고발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남양유업은 공정위가 조사를 마무리하고 제재 여부를 심사하던 지난 7월 시정 방안을 제출하며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시정안에는 △대리점 단체구성권과 교섭절차 보장 △거래조건 변경 시 개별 대리점 및 대리점 단체의 사전동의 의무화 △자율적 협력이익공유제 시범 도입 등이었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남양유업이 제시한 시정안에 거래질서 개선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회사의 수수료 인하 경위 해명도 정상참작 여지가 있다고 봤다. 남양유업은 “과거 밀어내기 사태 때 대리점 매출이 급감한 점을 감안해 수수료를 올렸다가 매출이 어느 정도 회복돼 도로 낮췄으며, 인하 후 수수료율도 동종업계의 전반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남양유업 대리점들이 본사 시정안에 찬성 의견을 밝힌 점도 이번 결정에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선중규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빠른 시일 내 남양유업과 협의해 시정방안을 보완한 잠점 동의의결안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