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서 전달

지난 8월 21일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제9차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가운데 강경화(왼쪽부터)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이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 특파원 공동취재단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이탈 이후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 미국의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되지 않도록 경고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9일 보도했다. INF 실효 이후 미국의 대중 억제 정책을 경계하는 차원에서 한일에 압력을 가한 모양새다.

미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당시 일본 외무장관(현 방위장관)을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 INF 문제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라며 “일본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되면 양국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왕 국무위원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도 같은 취지의 입장을 전달했다.

고노 장관은 일본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가능성은 거론하지 않은 채 “중국의 미사일이야말로 일본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중국이 먼저 군축에 나서야 한다”고 반론했다. 강 장관도 “중국은 우선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국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대응했다는 것이다.

중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0월 중국을 방문한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인도ㆍ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와의 회담에서도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의 동아시아 배치를 견제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방중 이후 일본을 방문해 외무성과 방위성 간부들에게 “중국 측의 흥미로운 반응이 있었다”면서 중국의 태도를 설명했다는 것이다. 미국 측은 한일 양국과 INF 문제에 대해 “동맹국 간의 문제로 중국이나 러시아와 협의할 필요가 없다”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냉전시기인 1987년 당시 소련과 맺은 INF 조약과 관련해 이탈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따라 올해 8월 INF는 효력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의 개발과 배치를 추진하고 있고, 한국과 일본 등이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내에선 “내년 봄 예정돼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 후 미국의 새로운 미사일 배치 여부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 큰 현안 중 하나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외무성 관계자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일본에 배치될 가능성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공식 답변”이라며 “미군의 미사일 실전 배치는 5년 후가 아닌가”라고 밝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