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지역구인 김기영(왼쪽부터)ㆍ최영규ㆍ김정수ㆍ김대오 전북도의원이 18일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전북도, 익산시는 장점마을 주민들의 피해를 인재로 규정하고 주민들이 겪어야 했던 정신적ㆍ육체적 피해에 대해 확실한 보장을 해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톨릭 교리에 ‘생태에 대한 죄악’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경을 심하게 오염시키고 동식물을 대규모로 파괴하는 행위를 “생태학살(ecocide)”이라 부르며, 그런 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생태에 대한 죄악’에는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파괴하는 모든 습관이나 행동이 포함된다.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의 신화를 써왔던 한국은 ‘생태에 대한 죄악’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대하다. 경제 성장과 기업 활동을 위해선 생태를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용인돼 온 것이다. 그 결과 주민들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고 국토의 난개발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 ‘생태에 대한 죄악’은 중요한 도전이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하는데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수도권으로 이주해간다. 마을이 사라지고 지방이 소멸해가는 현실 속에서 지역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의 제일 관심사는 항상 인구와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환경도 살리고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기업들이 들어서면 좋겠지만, 외진 마을을 찾아 들어서는 공장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땅값이 싸고, 엄격한 환경 규제의 행정이 미치지 않는 곳을 찾아 들어선 공장들이 많다.

마을 인근에 공장이 들어선 이후 배출된 오염물질로 90여명의 주민 중 22명이 암에 걸려 14명이 사망한 익산 장점마을의 비극은 수도권 지역의 난개발과는 다른 형태의 국토 난개발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장점마을이 결코 찾아보기 힘든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는 것이다. 남원의 내기마을, 정읍의 정애마을도 장점마을과 비슷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경북 봉화의 영풍석포제련소는 오랫동안 중금속으로 인한 수질 오염 문제로 환경단체의 비난을 받고 있다. 경북 의성의 쓰레기산은 지방을 망치고 있는 국토 난개발의 극단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국회 국토난개발방지포럼에서는 비도시 지역의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들을 제안한 바 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개발사업자와 환경단체가 같이 모여 1년여 동안 난개발 방지를 위한 포럼을 통해서 논의한 결과로 난개발의 잠재성이 높은 지역을 성장관리계획구역으로 정해 계획적으로 관리하자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그런데 이러한 대안들은 주로 수도권 인근의 주거ᆞ공장 난개발 지역에 대한 대책에 집중돼 있다. 농촌과 산지에 공장들이 들어서서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난개발 행태들에 대해선 여전히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주민 건강을 위협하고 환경을 훼손하는 난개발과 관련해 농ㆍ산ㆍ어촌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농지와 산지를 보존해야 할 농지법과 산지관리법 등의 개별 법령에서는 오히려 난개발을 허용하는 조항들까지 있다. 난개발을 규제해야 할 환경 규제 업무 등의 경우 대부분 관리 역량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로 위임돼 있다. 지방 분권이라는 명분으로 중앙정부의 업무와 기능을 지방으로 이양하면서, 정작 중요한 사업과 예산은 넘기지 않고 환경 규제 등의 행정 부담만 지방에 이양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민들의 민원으로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해결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입지단계에서부터 계획적으로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문제는 어느 한 부처나 몇 개의 제도적 개선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데 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농림부와 산업자원부 등 거의 모든 관련 부처와 정치권, 시민사회가 같이 고민을 해야 한다.

지역 개발공약이 난무할 총선이 점점 다가오면서 국토 난개발에 대한 우려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끝없이 돈을 추구하는 것을 발전과 행복이라 착각하지 않고,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것을 범죄로 생각하는 사회는 언제나 가능할까?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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