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재외동포 비자 신청 ‘발급 거절’로 소송 시작 
 법원 유승준 손 들어줬지만 실제 입국까진 험난할 듯 
유승준씨가 15일 주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승소했다. 사진은 유씨가 2003년 6월 26일 약혼녀 부친상 조문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모습. 연합뉴스

17년째 국내에 입국하지 못하는 인물이죠. 가수 유승준(43·스티브유)씨가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 한창훈)가 15일 유씨가 주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주LA 총영사관의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고는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유씨의 비자 발급을 거부한 주LA 총영사관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에 대한 판단이었는데요. 재상고심이 남아있긴 하지만,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대로 나온 결과인 만큼 입국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 상황입니다.

 ◇유씨는 어쩌다 입국이 금지됐나요? 

입국 금지 역사는 무려 17년 전인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러 차례 “군대에 가겠다”고 공언했던 그는 입대를 앞둔 2002년 1월 미국으로 출국해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았습니다. 그가 미국 시민권을 얻으면서 병역 의무는 자동으로 소멸됐습니다. 논란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유씨의 ‘국적 포기’ 소식이 알려지자 여론이 들끓은 데 이어 급기야 유씨의 입국이 금지된 겁니다.

유씨는 “모든 것을 설명하겠다”며 2002년 2월 귀국길에 올랐지만, 인천국제공항 경유 승객 대기장소에서 머물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법무부가 병무청 요청에 따라 유씨의 입국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유승준씨가 2002년 2월 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국적의 여권을 제시하며 입국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병무청은 유씨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자 법무부에 “유씨가 공연을 위해 국외 여행허가를 받고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사실상 병역 의무를 면탈했다”며 “유씨가 재외동포 자격으로 재입국할 경우 국내에서 영리활동을 못하게 하고, 이게 불가능하다면 입국 자체를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유씨가 재외동포 자격으로 입국해 방송 활동이나 음반출판 등 연예 활동을 하면 국군 장병의 사기가 저하되고 청소년이 병역 의무를 경시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어요.

당시 찬반 논란이 일긴 했지만 법무부는 결국 유씨를 출입국 규제대상자 명단에 올렸습니다. 그는 2003년 6월 약혼녀의 부친상으로 일시 귀국한 것을 제외하면 17년간 한국 땅을 밟지 못했습니다.

 
 ◇소송은 왜 걸게 됐나요? 

한동안 유씨는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했을 뿐 국내 연예활동이나 입국 시도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2003년 조문 차 입국했을 때도 한국 연예계 복귀에 대해 “아직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끼던 그였습니다.

그러던 유씨는 2014년 한 인터넷 방송에서 국내 복귀 의사를 내비친 이후 2015년 9월 돌연 주LA 총영사관에 국내 입국을 위해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습니다. 물론 주LA 총영사관은 비자 발급을 거부했고요. 이에 유씨는 “비자 발급 거절은 부당하다”며 주LA 총영사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양측은 팽팽히 맞섰습니다. 주LA 총영사관은 “스티브유는 한국 국적 상실을 신청한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대한민국으로 입국할 수 있는 재외동포 사증을 발급해 달라고 신청할 권리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쉽게 말해 유씨는 재외동포가 아닌 외국인인 만큼 재외동포에게 발급되는 비자를 신청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적을 이탈하거나 상실한 경우 재외동포 체류자격, 즉 F-4 비자 발급이 불가능하다는 재외동포법에 근거한 주장이었습니다.

유승준씨의 법률 대리인들이 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 파기환송심 선고가 열린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유씨 측은 유씨가 재외동포인 만큼 F-4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또 시민권 취득은 병역 기피 목적이 아닌 경제적 이유였다는 입장도 내세웠습니다.

1, 2심은 주LA 총영사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비자 발급 거부처분이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해도,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무기한 입국금지 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영사관이 비자 발급 거부처분을 통지하는 과정에서 유씨 측에 서면으로 알리지 않고 전화로 전달한 것도 행정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이번 파기환송심이 열리게 됐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이 실제 입국으로 이어지기까진 험난한 과정이 예상됩니다. 외교부가 판결 직후 “대법원에 재상고해 최종 판결을 구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다 다른 방식으로 비자 발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또 여전히 좋지 않은 여론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유씨는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을까요?

 ☞여기서 잠깐 
 F-4 비자란?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에서 규정한 재외동포에게 부여되는 국내 체류 자격을 말합니다. F-4 비자 소지자는 직업선택이 비교적 자유로운 데다 금융, 부동산 거래에서도 자유가 폭넓게 인정돼 내국인 수준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재외동포에게 발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외동포법 5조에 의거해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채 한국 국적을 이탈했거나 상실해 외국인이 된 경우, 한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은 발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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