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특수성 들어 반박“도피목적 남하 판단, 추방 불가피” 

정부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북한 선원 2명을 강제 북송한 것에 대해 국내는 물론 국제 인권단체들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하는 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정부가 북한 선원 2명의 헌법상 권리를 무시하고 사지(死地)와 다를 바 없는 북한으로 추방한 조치가 국내법과 국제법 모두 위배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남북관계의 현실 속에 이들을 국내서 처벌할 수도, 보호할 수도 없는 현실적인 딜레마에 따라 추방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지만, 갈수록 논란이 커지자 당혹감이 역력한 모양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흉악범죄 북한주민 추방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한 후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국제적 논란으로 비화하는 강제북송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살인 혐의가 있다 해도 사형에 처해질 위험이 있는 북한으로 강제북송하는 조치가 과연 적절한가’다. 법조계 일각에선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에 근거, 북한 선원 2명이 우리 땅을 밟은 순간 우리 국민의 지위를 획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국내서 수사ㆍ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 살인 혐의 등을 이유로 북한이탈주민법상 비(非)보호 대상(북한이탈주민에 제공되는 각종 혜택 배제)으로 지정할 순 있지만, 사실상 자국민인 이들을 국외로 강제추방할 순 없다는 것이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15일 “헌법학계 다수설은 헌법 제3조에 따라 북한 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보고, 헌법 제10조에 따라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주장도 있다. 유엔의 인권 업무를 총괄하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국내 언론의 질의에 “고문방지협약을 비롯한 국제인권법은 심각한 고문 위험에 처한 개인들의 강제송환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도 전날 성명을 내고 “강제송환 금지 원칙은 이들이 범죄자가 아니든 상관 없이 모든 경우에 적용된다”며 “범죄 행위가 확인되기 전에 범죄자로 낙인 찍어 북송한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부인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연말 방한을 근거로 OHCHR이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이란 보도가 나온 것과 관련해, 서울유엔인권사무소는 이날 본지에 “OHCHR은 이 건을 조사하고 있지 않다. 방한은 송환 건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북한 선원 강제북송 사건 쟁점. 그래픽=신동준 기자
 
 ◇해군에 잡히자 “웃으면서 죽자”던 선원들 

반면 정부는 이런 국내외적 비판에 대해 “남북관계의 현실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북한 주민을 ‘사실상 국가인 북한 국적 소유자이자, 잠재적인 대한민국 국적 소유자’란 이중적 지위로 해석한다. 한반도 전역을 우리 영토로 규정한 헌법 제3조와 ‘통일을 지향한다’는 헌법 제4조를 동시에 고려한 해석이다. 남북이 유엔에도 따로 가입하는 등 줄곧 ‘국가 대 국가’ 관계를 유지해온 역사를 무시하고 헌법 제3조만 고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결국 이에 따르면 북한 주민이 이중적 지위에서 벗어나 우리 국적을 취득하는 전제 조건은 귀순의사다.

그런데 동료 선원 16명을 죽인 북한 선원 3명 중 1명은 살해 직후 ‘내가 군생활을 자강도에서 했다. 오징어를 팔아 돈을 마련하면 거기 숨어 살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들은 오징어를 팔기 위해 북한 김책항으로 돌아갔다 1명이 붙잡히자 우리 동해안 쪽으로 도주했다. 도주 과정에서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해군 단속에 불응하다 해군 특공대에 강제 나포됐다. 이들은 제압 과정에서 “웃으면서 죽자”고 말하며 삶을 포기하려는 생각도 했었다고 진술했다. 정부가 이들이 귀순보단 도피 목적으로 남하했다고 판단, 준(準)외국인으로 간주해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조항을 적용한 배경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서둘러 강제북송 결정을 내린 배경엔 ‘이들을 처벌할 수도, 보호할 수도 없다’는 현실적 딜레마도 깔려 있다.

추방된 주민들은 20대 초반의 다부진 체격의 보유자로서 1명은 평소 정권(正拳) 수련으로 신체 단련을 했고, 다른 1명은 절도죄로 교양소 수감 전력이 확인됐다. 둘을 포함해 공범 3명은 기관장ㆍ갑판장 등으로 선원 생활 유경험자였다. 반면 살해된 선원들은 대부분 정식 선원이 아니라 선상 경험이 없는 노동자들이었다.

정부는 희대의 살인 혐의가 짙은 이들을 기소했다가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이 나오는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뒀다고 한다. 사체와 범행도구를 해상에 유기하고, 혈흔에 대한 피해자 인적 상황 파악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일한 증거는 자백 진술뿐이었으나, 이들이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할 경우 무죄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렇다고 살인을 저지르고 온 이들을 교도소에 격리하지 못한 채 탈북자로서 보호조치만 취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공안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배에서 일어난 범죄는 선적국에 형사 관할권이 있다. 북한서 일어난 범죄에 국내법을 적용해 우리나라서 처벌한 전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부 내부적으론 ‘국제법 위반’, ‘인권 유린’ 등 국제적인 비판이 가해지는 등 논란이 커지는 데 대해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실제 북송 여부를 두고 정부 안에서도 ‘빨리 북송해야 한다’, ‘조금 더 숙고해야 한다’ 등 부처 간 이견이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이번 사안은 ‘입법 미비’에 따른 것으로 안팎에서 논란이 이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판단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찬희 협회장은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관련 국내법을 정비하는 한편,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느냐 여부를 떠나 북한과 범죄인 인도조약에 준하는 (수사) 공조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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