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노동자라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의 노조할 권리를 인정한 사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15일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 공고에 시정을 명령한 재심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택배노조는 2017년 11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 신고증을 받고, 택배회사와 대리점들에 근로계약서 작성 등 택배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제안했다. 그러나 택배사들과 대리점들은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택배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했고, 지노위와 중노위는 ‘택배기사는 노동조합법상 노동자가 맞다’며 단체교섭에 나설 것을 결정했다. 그러나 택배사와 대리점주들은 이를 거부하고 행정소송을 냈고, 이번 판결은 CJ대한통운 대리점주 20여명이 낸 행정소송에 대한 결과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근로제공자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 의존하는지 △지휘ㆍ감독 관계가 존재하는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검토해 택배노조가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약간 이질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택배 기사들을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대리점주들은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택배기사들은 대표적인 특수고용직이다. 특수고용직은 근로 형태만 보면 사용자에게 종속된 노동자지만 법적 신분은 자영업자,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택배기사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위탁ㆍ도급 등의 계약 형태로 일해 계약 해지ㆍ해촉으로 쉽게 해고를 당하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노동 3권(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을 인정받지 못해 권리 요구를 위한 노조 활동이 어려웠다. 그러나 노조 설립 근거의 타당성을 인정한 판결이 나온 만큼, 향후 택배기사들의 노조 활동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은 “택배기사는 엄연한 노동자”라며 “그 동안 택배사와 대리점주들이 택배기사들의 노조 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각종 부당노동 행위를 해왔는데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수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