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2차 예선 레바논전 0-0]
손흥민ㆍ황의조ㆍ이강인 출격 불구, 2011년 ‘베이루트 악몽’ 설욕 못해
손흥민이 14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4차전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베이루트=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하며 ‘베이루트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4일 레바논 베이루트의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4차전에서 득점 없이 레바논과 0-0으로 비겼다. 2승2무를 기록한 한국(승점 8점)은 북한(2승1무1패ㆍ승점 7점)이 같은 날 투르크메니스탄에 1-3으로 패하며 간신히 조 선두를 지켰다. 1위 한국부터 4위 투르크메니스탄(2승2패ㆍ승점 6점)까지 승점 차는 단 2점. 각 조 1위와 8개조 2위팀 중 성적이 좋은 4팀만 2차 예선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가운데, 한국의 예선 통과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최근 레바논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로 이날 경기는 당일 무관중 개최가 갑작스레 결정됐다. 지난달 평양 ’깜깜이’ 원정에 이은 2경기 연속 무관중 경기였다. 여기에 열악한 잔디 상태까지 겹치며 벤투호는 악조건 속에서 경기를 펼쳐야 했다.

베이루트는 2011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 한국에 1-2 충격적 패배를 안겨줬던 악몽의 원정지다. 당시에도 최악의 잔디 상태, 침대축구 등으로 레바논에 무릎 꿇고 말았었다. 8년 전 악몽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선 빠른 선취 득점이 요구된 상황. 하지만 선수들은 경기 내내 짜임새 없는 공격, 부정확한 크로스로 일관하며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벤투 감독은 자신의 베스트멤버를 가동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전방에 황의조를 내세웠고, 손흥민과 이재성이 뒤를 받쳤다. 중원에는 남태희와 황인범, 정우영이 나섰고 수비는 김진수-김민재-김영권-이용이,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다.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레바논의 강한 압박에 고전했다. 볼 점유율은 높았지만,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경기 시작 8분 만에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이재성이 중거리 슈팅을 날리며 포문을 열었다. 전반 21분에는 황인범의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 문을 벗어났고, 35분에는 후방 패스를 받은 황의조의 슈팅이 레바논 골키퍼에 막히며 헛물을 켰다.

득점 없이 전반이 마무리되자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부진했던 황인범을 빼고 황희찬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황희찬은 후반 9분 역습 찬스에서 센터 라인부터 페널티박스까지 돌파한 뒤 쇄도하는 황의조에게 패스를 연결했지만 마지막 슈팅이 골키퍼의 손에 걸리며 아쉬움을 삼켰다.

한국은 후반 18분 남태희 대신 김신욱까지 투입하며 득점을 노렸다.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후반 22분 나왔다. 프리킥 찬스에서 왼쪽 측면에서 손흥민이 올린 크로스를 황의조가 이마에 정확히 갖다 댔지만 골 포스트를 맞고 나오며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후반 35분 이재성을 빼고 마지막 히든카드 이강인까지 투입하며 총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오히려 레바논에 수 차례 역습을 허용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추가시간이 6분 주어졌지만, 상대 골 문을 공략하지 못한 선수들은 쓸쓸히 그라운드를 빠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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