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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건, 12월 협상 제안… 미국과 만날 용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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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건, 12월 협상 제안… 미국과 만날 용의 있다”

입력
2019.11.14 23:33
수정
2019.11.15 00: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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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길 담화 “근본 해결책 내놔야… 종전선언으론 가망 없다”

美 국방장관 ‘한미훈련 조정 가능성’ 시사 후 유화적 메시지

김명길(가운데)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달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스톡홀름=연합뉴스
김명길(가운데)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달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스톡홀름=연합뉴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의 북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 앉을 용의가 있다”고 14일 밝혔다. 김 대사는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최근 미 국무성 대조선정책 특별대표 스티븐 비건이 제 3국을 통하여 조미(북미) 쌍방이 12월 중에 다시 만나 협상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북한이 ‘임의의 장소, 임의의 시간’ 같은 표현을 쓰면서 북미 대화에 적극적 태도를 보인 건 드문 일이다. 한미 안보회의(SCM) 참석차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13일(현지시간) 한국행 비행기에서 한미 군사훈련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북한이 협상 재개 용의를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은 13일 최고 통치기구인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중단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했고, 에스퍼 장관은 약 8시간만에 유화 메시지를 내놨다.

다만 김명길 대사는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미국이 제시할 것을 협상 재개 조건으로 달았다. 또 “조미(북미) 대화와 관련하여 제기할 문제나 생각되는 점이 있다면 허심하게 협상 상대인 나와 직접 연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제3자를 통해 이른 바 조미관계와 관련한 구상이라는 것을 공중에 띄워놓고 있는 데 대하여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이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에 대한 대답을 미국이 직접 내놓으라는 뜻이다.

이어 김 대사는 “정세 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에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계산)한다면 문제 해결은 언제 가도 가망이 없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 해제 등 ‘경제적 보상’을 비핵화 대가로 거듭 요구한 것이다. 김 대사는 또 “미국이 아직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미국의 대화제기가 조미 사이의 만남이나 연출하여 시간벌이를 해보려는 술책으로밖에 달리 판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지난달 결렬된 북미 실무협상 이후 줄곧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조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북한담당 부차관보는 이달 5일 “평화체제는 북한을 위한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제재 해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로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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