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간부회의 설전… 청년신도시 등 조율 안 돼 불만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당내에서 표출됐다. ‘조국 국면’에서 잠잠했던 양 원장은 총선준비 국면으로 접어들자 정책과 정무 메시지를 연이어 내며 거침없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과 상의나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이슈를 던지고 있다는 지적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14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해영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오전 열린 확대간부회의 개회 전 비공개회의 자리에서 양 원장에게 ‘왜 모병제 같은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현안을 내부 조율도 없이 진행하느냐’는 취지로 따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중대사안은 최고위나 정책위원회 논의를 거쳐 당의 정제된 입장을 얘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차원에서 정식 논의가 되기도 전, 민주연구원이 “분단상황 속 정예강군 실현을 위해 단계적 모병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었고, 내용이 언론에 흘러나가면서 모병제 도입이 사회적 논란이 된 데 따른 비판이다. 양 원장은 ‘연구원의 개인의견’이란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언쟁은 더 이상 커지진 않았지만 당내 곳곳에선 설익은 모병제 전환 정책이 여론의 시선을 끈 데 대해 불만이 나왔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당분간 당이 (모병제 전환을) 공식적으로 논의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고, 일부 의원들은 “정책위와 의견 조율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은 곧바로 “총선을 앞두고 신중해야 할 병역에 관한 사항을 포퓰리즘 공약으로 던지고 있다. 표 장사나 해보겠다고 던지는 정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공세를 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대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민주당이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가 됐다. 당 관계자는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게 민주연구원의 역할이긴 하지만 수면 위로 올리는 방식이나 속도 면에서 지나치게 급했던 게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연구원이 최근 불을 지핀 ‘청년신도시’ 정책도 당 지도부와 충분한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민주연구원의 독자적인 정책 이슈 띄우기가 양 원장이 주장하는 ‘원팀’ 메시지와도 상충된다는 지적을 한다. 양 원장은 최근 당내에서 비문으로 분류되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술자리를 갖고, 사진을 공개하는 등 ‘원팀’을 강조했다. 위기일수록 분열보다 화합을 택하자는 취지다. 한 여권 관계자는 “원팀을 주장하면서 정작 당 정책위와 상의없이 민주연구원이 정책 이슈를 주도하게끔 하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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