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가 올해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치러진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했다. 지스타는 국내외 게임사들이 그 해를 마무리하며 다음 해의 먹거리를 선보이는 전시회다. 관람객들은 게임을 사전 체험해보고 유명 인터넷방송 진행자(BJ)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사실 올해 지스타는 시작 전부터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우리나라 게임업계 ‘빅3’ 가운데 이미 5년 넘게 지스타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엔씨소프트에 이어 그 동안 지스타를 사실상 떠받쳐 온 넥슨까지 불참을 결정하면서 흥행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그러나 10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모바일 게임 ‘브롤스타즈’로 유명한 슈퍼셀이 메인 스폰서를 맡았고, 펄어비스와 그라비티 등이 규모를 늘려 참가하면서 행사 현장에는 올해도 수만 명의 관람객들이 몰렸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주무부처 장관으로서는 4년 만에 지스타를 방문해 게임업계에 힘을 실어줬다.
이날 넷마블과 펄어비스 등이 마련한 대형 전시관은 신작 게임을 즐기려는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넷마블은 간판 게임 ‘세븐나이츠’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과 일본 애니메이션 명가 지브리스튜디오의 그래픽이 들어간 ‘제2의 나라’, 배틀로얄 방식의 게임 ‘A3: 스틸 얼라이브’ 등 모바일 게임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날 부스를 둘러본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PC 게임 때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산업이 정체됐는데, 모바일 게임도 이제 MMORPG까지 와버렸다”며 “이제부터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야 하고 장르의 융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펄어비스는 이날 PCㆍ콘솔 게임 4종을 공개해 최근 ‘모바일 전용 게임 전시회’라는 비판을 받았던 지스타의 자존심을 세웠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 등 게임 총괄들은 ‘섀도우 아레나’와 ‘플랜8’ 등 화려한 그래픽을 앞세운 게임들을 이례적으로 행사장에서 직접 발표했다. 이번이 세 번째 지스타 방문이라는 관람객 지모(21)씨는 “최근 지스타에 화려한 PC 게임 신작이 거의 나오지 않아 답답한 느낌이었는데, 펄어비스가 ‘사이다’를 준 것 같다”며 “이 중에서는 ‘붉은사막’이라는 작품이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회사와 그라비티를 제외하고는 신작을 발표한 업체가 거의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확실히 예전 지스타에 비해 신작 발표 열기가 줄어든 느낌”이라며 “최근 실적이 좋은 게임회사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 무게감 있는 신작을 발표하기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 ‘E3’의 화두였던 ‘스트리밍 게임’과 관련한 비전을 소개한 곳도 많지 않았다. 스트리밍 게임은 인터넷만 연결되면 게임을 다운받지 않아도 PC와 스마트폰 등 기기에 상관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형태다. 이번 지스타에서는 LG유플러스가 유일하게 엔비디아와 손잡고 선보인 5G 기반 스트리밍 게임 ‘지포스나우’를 현장에서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지스타에도 최근 ‘클라우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며 “내년 이후로는 국내에도 스트리밍 게임 바람이 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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