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일 경험을 미술 작품으로… ‘공사장’ 시리즈 작가 이찬주
이찬주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 이찬주 작가 제공

“지인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조카 데리고 어린이 직업체험 행사를 가면, 주로 청진기나 판사봉 들고 사진 찍고요. 소방관, 과학자, 운동선수 이런 직업들은 있는데 건설노동자나 공장에서 일하는 기술직에 대한 소개 코너나 콘텐츠는 없다고요.”

블루칼라 직업은 마치 선택해서는 안 되는 양, 알게 모르게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유치원 시절부터 배운다. 건설 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미술로 가져와 ‘공사장’ 시리즈를 만든 이찬주 작가는 우리 사회의 현장 노동자 차별 의식 해소를 위해서는 “어린 시절, 유치원 교육부터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막말로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렇게 된다’고 가르치기도 하잖아요. 제 작품 사진을 공유한 사람들이 남자친구나 남편을 지칭하고 ‘힘내’ ‘부끄러운 것 아니다’라는 식의 태그를 붙이는 것들을 보곤 해요.”

공사현장의 작업 방식을 적용해 만든 조형작품. 이찬주 작가 제공

이 작가는 학비를 벌면서 간헐적으로 공사장에서 일했고 그 기간이 햇수로 5년 가량 된다. 그때 작업복을 입은 자신을 냉담하게 바라보던 시선이나 편견이 불편했고, 이후 그런 편견을 타개하고자 ‘공사장’ 시리즈를 선보였다. 건설 노동자들 때문에 편안한 집에서 살면서, 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을 천대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보여 주고 싶어서다. 공사장 작업자는 ‘막노동꾼’ ‘노가다꾼’이라고 비하하는데, 그 작업자들과 같은 기술로 만든 미술품은 ‘예술품’이라고 환호한다. 이 작가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시는 사람들도 스스로 ‘노가다’라고 말하지만, 주변에서 그 직업을 ‘노가다잖아’ 하면 싫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자조하며 하는 지칭과, 제3자가 공식화하는 지칭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공사 현장의 작업 방식을 적용해 만든 조형 작품. 이찬주 작가 제공

그는 “인식 개선이 많이 되기는 했지만 다들 마음 한편에는 건설 노동자와 같은 직군의 사람을 대하는 데 불편한 시선이나 마음이 조금씩은 있는 것 같다”며 “특히 배우자를 선택하는 과정, 연애 상대를 만날 때, 선볼 때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건설 노동자를 많이 하고 제 친구 중에도 미술을 그만두고 전기시공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젊은 일꾼들이 사회의 시선에 걱정하는 현실을 전했다.

이 작가는 “우선은 교육이 중요하고 그 다음은 임금 차별이나 휴식공간 문제와 같은 대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점심 먹고 시멘트 포대 옆에 스티로폼 깔고 낮잠을 자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는 공사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 대해 “새벽 일찍 출근해서 정말 힘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며 “가족들을 위해서 내가 힘들지만 일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계시는, 여느 아버지들”이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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