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거센 항의에 수십명 대치… 고려대 포럼 열자 “토론회 파괴”
한중 학생들 충돌 격해질 우려… 대학은 ‘돈줄’ 놓칠라 전전긍긍
'홍콩 민주화 시위'에 한국 대학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학 내 한국 학생들과 중국 유학생들간 갈등이 터져 나와서다. 중국 유학생을 ‘든든한 돈줄’로 여겼던 대학 당국은 중국인 유학생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14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한국 대학에 등록한 중국인 대학ㆍ대학원생 수는 6만9,287명이다. 전체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43%를 차지한다. 학교별로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상위 5개 대학은 경희대(3785명), 성균관대(3326명), 한양대(2860명), 고려대(2818명), 건국대(2186명)였다. 유학생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상위 5개 대학 중 한양대는 66.7%에 이르렀고, 가장 낮은 고려대도 절반이 넘는 54.2%에 달했다.
유학생들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다 보니 홍콩의 반중 시위도 대학 내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한양대생들이 인문대 앞에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붙이자, 오후 3시쯤 중국인 유학생 70여명이 몰려와 거세게 항의했다. 중국의 오성홍기를 흔들거나 지지 대자보에다가는 ‘하나의 중국’ ‘일개중국(一介中國) 불용분할(不容分割)’ 같은 반대구호를 써 붙이기도 했다. 한국 학생들 10여명이 가세하면서 양측은 오후 6시까지 대치하다 해산했다.
같은 날 오후 7시 고려대에서도 '홍콩 민주항쟁 왜 지지해야 하는가?'라는 포럼이 긴장감 속에 치러졌다. 포럼 개최 소식이 알려지자 행사 포스터에는 주최 측을 비난하는 낙서가 줄이었고, 중국 유학생 커뮤니티에는 ‘오늘 토론회를 파괴하러 가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포럼을 주최한 연은정씨는 “중국 유학생들로부터 욕설ㆍ협박 문자와 전화가 계속 이어져 휴대폰을 제대로 쓰지 못할 정도였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토론회에 와서 함께 있어달라’는 호소문까지 돌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갈등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홍콩 시위 자체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인데다 한국과 중국은 문화도 다르다. 한 중국 전문가는 "사회주의 국가에선 반정부 대자보를 떼어내는 걸 영웅시하는 분위기”라며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분위기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정근식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면서 생겨난 현상이라 앞으로 이런 류의 갈등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대학 당국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유학을 꿈꾸는 중국인들이 늘고, 정부는 대학 평가 때 외국인 유학생 수를 ‘실적’으로 여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학 당국은 중국인 유학생을 크게 늘려왔다. 서울 소재 대학 교직원 A씨는 "대학, 대학원뿐 아니라 어학당에 다니는 학생까지 포함하면 학교 입장에서는 중국 학생들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다”고 귀띔했다. 그런 만큼 대학 측에서 유학생을 상대로 사전 교육 등을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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