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전문가 “법이 의사, 학회, 언론 위축시켜” 
지난 7월 방송된 KBS 2TV ‘지식채집프로젝트 베짱이’의 한 장면. 2011년 원전사고가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인근 이타테 마을에서는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쌓아놓은 옆에서 쌀 농사를 짓고 있다. 여기서 생산한 쌀은 일본 전 지역의 편의점 도시락과 김밥, 프랜차이즈 식당 등에 원료로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이와 관련한 방사능 연구나 조사결과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인터넷 캡쳐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주민들의 건강에 대한 의학적 조사ㆍ연구결과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방사능 전문가는 일본 정부가 강행한 ‘특정비밀보호법’이 의학계의 입을 막은 것이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출신인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는 1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이런 이상한 법을 만들어 원전 사고와 방사능 오염 때문에 발생한 질병 또는 역학조사 결과에 대해 말을 못하게 한다’는 말을 일본 의사들에게 들었다”고 밝혔다.

이 법은 ‘특정비밀’을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지장을 미칠 우려가 있어 특별히 은닉이 필요한 정보’라고 광범위하게 언급하고 있다. 뭐든 트집을 잡으면 걸릴 수 있는 셈이다. 김 전 교수는 “의사, 학회, 언론 이런 데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가 후쿠시마 사고 후 어떤 암이 많아졌다는 결과가 있으면 모아서 논문을 쓸 수 있는데 ‘법에 걸리는 거 아닌가’하며 일단 한 번 걸러지게 되고, 학회에 내면 학회 임원 입장에서는 ‘우리가 처벌 받는 거 아닌가’, 언론도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후쿠시마의 한 의사가 역학조사 중 의사협회에서 하지 말라는 연락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또한 정부가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있는 명분도 이 법은 제공한다는 게 김 전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건 특정비밀이어서 조사를 안 한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조사하고 발표한 건 딱 하나 후쿠시마현에서 소아갑상선암 결과”라며 “교과서에는 (소아갑상선암이) 100만명당 1년에 1명, 후쿠시마 어린이 인구가 35만명이니까 3년에 1명, (연구기간 9년간) 3명 발생하는 게 보통인데 210명으로 70배 높다”고 말했다.

특정비밀보호법은 아베 신조 정부가 야당의 반대에도 2014년 12월 시행한 법이다.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날치기”라고 비난했었다. 이 법은 ‘특정비밀’에 대해 관련 종사자가 비밀을 누설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엔 이하의 벌금, 종사자가 아닌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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