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인 3분의1 앗아간 ‘검은 죽음’ 아프리카ㆍ아시아 진행 중
쥐ㆍ벼룩으로 옮겨져… 치사율 30~60%
흑사병의 매개체로 알려진 쥐. 게이티이미지뱅크

중세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페스트(흑사병)가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세 역병의 재등장 소식에 누리꾼의 관심이 쏠리면서 ‘흑사병’이 양대 포털에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습니다.

13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최근 네이멍구 자치구 시린궈러멍에서 흑사병 환자 2명이 발생했습니다. 환자 2명은 지난 3일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흑사병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베이징 의료 당국은 현재 환자들을 격리했으며, 전염을 막기 위한 조치를 마쳤다고 전했습니다.

난데없이 등장한 흑사병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염병입니다. 페스트균에 감염되면 피부가 썩어 검게 변하기 때문에 ‘검은 죽음(black death)’으로 불렸죠. 전문가들에 따르면 흑사병이 강타한 14세기 중반 유럽 인구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에 해당하는 2,500만~6,0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19세기 말 루이스 파스퇴르가 페스트균의 발병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내면서 크게 줄어들었다고 해요.

흑사병을 치료하는 중세시대 의사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흑사병은 대개 쥐, 다람쥐 등 설치류에 기생하는 벼룩이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페스트균에 감염된 설치류에 기생하는 벼룩이 쥐의 피를 빨아먹어 감염되고, 이 벼룩이 다른 설치류나 사람을 물어 병을 옮기는 것이죠. 설치류를 먹거나 흑사병 환자가 기침, 재채기를 하면서 나오는 분비물에 의해 사람이 옮는 경우도 있어요.

흑사병에 걸리면 1~7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증상이 나타납니다. 일반적인 증상으로 고열, 두통, 오한, 현기증, 구토, 의식불명 등이 있어요. 위생 상태가 개선되고 항생제 치료 기술이 발전한 현대에는 발생 빈도가 현저히 줄었지만 치사율은 30~60%로 여전히 높습니다. 전문가를 통해 가능한 빨리 확진을 받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죠.

우리나라는 최근 환자 발생과 감염된 설치류 발견 사례가 없어 흑사병 청정국에 속합니다. 다만 가까운 중국 동북부·중국 대륙의 오지, 몽골·중앙아시아(러시아) 등에는 균을 가진 동물이 발견되고 있어 위협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아프리카를 비롯한 미얀마·이란·인도·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 등 국가에서 매년 2,000여건 이상 발생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실제 2017년 마다가스카르에서 2,417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209명이 목숨을 잃었죠. 지난 5월에는 몽골 서북부 바얀올기 지역에서 대형 설치류 마못의 생고기와 간을 먹은 남녀가 흑사병에 걸려 사망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철저한 방역으로 이 치명적인 질병이 더 확산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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