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몸담았던 울산 현대모비스를 떠나 전주 KCC 유니폼을 입은 이대성(29)의 얼굴은 어두웠다. 전 소속팀과 연봉 협상 과정 때 생긴 마찰이 이번 트레이드의 발단이 됐다는 농구계 얘기에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고 털어놨다.
6일간 4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에 마음의 짐까지 짓눌린 탓에 이대성은 12일 원주 DB와 전주 홈 경기에 앞서 전창진 KCC 감독과의 면담에서 “출전 시간을 조절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KCC 데뷔전은 악몽으로 끝났다. 27분12초를 뛰면서 2점슛 2개와 3점슛 8개를 던졌으나 모두 실패해 무득점에 그쳤다.
이대성의 침묵 속에 팀도 77-81로 졌다. 전 감독이 “이대성의 지친 모습이 보였는데, 빼주지 못한 내 실책”이라고 했지만 경기 후 만난 이대성은 “부담도 됐고, 몸이 생각보다 안 따라줬다”면서 “힘든 건 맞지만 이건 결국 다 핑계”라고 자책했다.
또한 프로농구 역사에 기억될만한 ‘초대형 트레이드’의 중심에 선 그를 둘러싼 숱한 추측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심경을 털어놨다. 이대성은 “트레이드 당일 오전에 얘기를 듣고 정신이 없었다”며 “모든 일이 나로 인해 시작됐지만 이렇게까지 될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이대성은 올해 여름 구단과 연봉 협상에서 구단 제시액 3억원보다 적은 1억9,500만원에 사인했다. 선수 스스로 연봉을 깎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이대성은 이번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연봉 자진 삭감으로 리그 보수 순위 30위 밖에 이름을 올리게 돼 내년 FA 시장에서의 ‘보상 족쇄’를 풀 수 있게 된 것. 현행 FA 규정은 보수 순위 30위 이내 선수를 FA로 타 팀에서 영입을 하면 원 소속 팀에 보상 선수 1명과 보상금(전년도 보수 50%)을 내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예비 FA’ 이대성과 시즌 후 이별을 직감한 현대모비스는 ‘이대성 카드’를 내세워 트레이드로 리빌딩을 택했다.
이대성은 “연봉 3억원 이상을 받았다면 보상 선수가 생기니 나를 다른 팀에 안 보내지 않았을까”라면서 “결국 내 선택이 나비효과가 된 것”이라고 돌이켜봤다. 연봉 계약이 트레이드의 원인이 됐다는 의견을 수긍하면서도 그는 “그 때의 선택은 돈을 좇아서 한 것은 아니었다. 현대모비스에 대한 감사함을 잊은 것도 아니다. 아버지 같은 분이자, 은인인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님과의 불화도 있을 수가 없다”고 항변한 뒤 “말하기 힘든 내부의 문제가 있어 아쉽다. 많은 분들이 나를 평가해주는 열정적인 선수, 그런 방향성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행동했다”고 강조했다.
이대성은 다시 한번 유재학 감독과 팀의 리더로 자신을 이끌어준 양동근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감독님은 자유롭게 해주고 개성을 존중해준 분”이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 살면서 힘든 일이 있거나 조언이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또 양동근에 대해선 “욕심 많고 이기적인 나를 6년간 안아줬다”며 “그래서 마지막 포옹을 할 때 눈물이 많이 났다”고 했다.
얄궂게도 이대성은 16일 울산에서 친정 팀을 적으로 만난다. 그는 “KCC 데뷔전에 많은 팬들이 왔는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며 “시즌은 기니까, 차차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주=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